우리는 이것을 전쟁이라 부른다. 쉽지 않은 싸움이고 짧게 끝나지 않을 싸움이고 반드시 이겨야 할 싸움이기에 이렇게 부른다. 가난과 소외속에 사회에서 내몰린 청소년들은 성을 파는 것에 대해 죄의식이 없고 타락한 어른들은 이들을 사는 것을 죄악으로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뒤에는 이 악의 고리를 잡고 거대한 부를 축척해가는 사악한 윤락산업이 도사리고 있다. 미아리텍사스의 한 해 추정 매출액만도 1,000억원. 이 가운데 30%가 미성년매매춘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매매춘의 지옥에서 청소년을 구하려는 전쟁은 인간의 존엄성과 영혼을 지키기 위한 성전(聖戰)이다. 전선에 선 두 사람이 만났다.강지원 = 10대 매매춘을 뿌리뽑으려는 김서장께 박수갈채를 보냅니다. 미아리텍사스에 막상 가보니 어떠셨습니까.
김강자 = 미성년자가 생각보다 많았고 남자들이 미성년을 많이 찾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미성년매매춘에 대한 전쟁 선포후 미성년 윤락여성의 50%가량이 집에 되돌아갔고, 찾는 남성도 절반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현장의 업주를 고용하는 실제 업주가 따로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이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저명인사와 교류를 하고 있었습니다. 13일 국회 법사위에서 통과된 「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안(이하 청소년성보호법)」이 7월부터 시행되면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강력하게 처벌할 방침입니다.
강지원 = 2년전 청소년보호위원장에 취임하면서 가장 심각하게 느꼈던 부분이 매매춘이었습니다. 그래서 첫번째 조치로 청소년보호법을 개정, 19세미만의 청소년을 성행위 등 성적 접대를 하게 하는 업주에게 최고 10년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습니다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느껴 청소년성보호법이란 특별법을 제정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법이 있어도 현장에서 집행이 잘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경찰지휘관의 의지가 참 중요합니다.
김강자 = 전쟁선포 후 시민들의 격려가 대단합니다. 홈페이지에 매일 100여통의 메일이 들어오고 팩스와 전화로 격려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이 문제의 해결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그러나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되니 언론과 청소년보호위원회 시민·여성단체가 지원해주십시오.
강지원 = 우리 국민은 개인적인 교육열은 높지만 공동체를 건강하게 하려는 노력은 굉장히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며 국민들을 달리보게 되었습니다.
김강자 = 국민들의 지지도 있고 전쟁선포 후 경찰청에서 전국적으로 미성년매매춘을 단속토록 지시했기 때문에 장소를 옮겨가며 매춘하는 행위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믿습니다. 또한 단속후 사후조치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공급을 차단하기 위해 우선 윤락업소 안내광고를 낸 정보지를 수사, 16명을 입건했습니다. 청소년성보호법이 시행되면 신상이 공개돼 수요차단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또 매춘행위를 한 청소년들의 사회복귀를 위해 여성단체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교화시설이 많아져야 합니다.
강지원 = 매매춘은 업주와 윤락여성, 남성고객 등 3자에 대한 동시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현행 법체계는 윤락여성을 범죄자로 보고 1년이하의 징역을, 업주는 5년이하의 징역을 처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윤락여성은 범죄자라기보다는 사회구조의 피해자입니다. 따라서 업주는 극형을 처하되 윤락여성은 선도처분을 해야 합니다. 또 현행법이 쌍벌제인데도 남성고객은 거의 처벌이 되지 않았습니다. 청소년보호법이 개정돼 일부 3년이하의 징역을 처하도록 강화됐지만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미성년매매춘 뿐 아니라 성인매매춘 행위자의 신원도 공개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김강자 = 실은 여자 뿐만 아니라고 남자애들도 문제입니다. 남자애들은 가출하면 호객행위를 많이 합니다. 또한 술집의 90%이상은 윤락과 연계됩니다. 어제(13일) 미아리텍사스에서 미성년 윤락여성을 3명 찾아냈더니 한결같이 부모에게는 알리지 말라고 부탁하더군요. 부모님이 모르고 있는 것이죠. 많은 여학생들이 밤에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낮에 학교에서는 잠을 잔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죠.
강지원 = 오늘날 청소년은 기성세대보다 훌륭한 점도 굉장히 많습니다. 가치관이 다양하고 창의적이며 개성적이고 발표력도 뛰어납니다. 다만 매매춘을 비롯한 성적탈선, 학교폭력, 따돌림, 자살, 가출 등의 문제가 있지요. 특히 타인에 대한 공격적 행동 뿐 아니라 자기학대적 우울증, 자페증 등의 증상을 보이는 청소년이 너무 많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그런 경향이 더욱 가속화할까 걱정됩니다. 근본적으로 일탈 청소년이나 정신적 장애가 있는 청소년에게는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바로 「많이 상처받은 영혼」이라는 거죠. 그들은 성장과정에서 부모나 가족, 또래집단, 유해사회환경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청소년사업은 어떤 형태로든 상처를 주는 요인을 줄여나가는데 핵심목표를 두어야 합니다.
김강자 = 비행청소년을 데리고 얘기를 나누다 보면 굉장히 심성이 착하고 영혼이 순수합니다. 그래서 가슴이 더욱 아픕니다.
강지원 = 16년전 서울지검 검사 재직시 오토바이를 훔친 15세 소년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좀 있어서 「제일 보고픈 사람이 누구냐」「가장 하고픈 일은 무엇이냐」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소년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태어나서 저의 얘기를 이렇게 끝까지 진지하게 들어주신 분은 처음』이라고 말하더군요. 나쁘게 태어난 아이는 없고 다만 실수할 뿐입니다. 그래서 비행청소년이란 말은 가급적 안썼으면 좋겠습니다. 「실수한 청소년」이란 표현이 좋을듯합니다. 일시적으로 일탈한 청소년에게는 형사처벌보다 따뜻한 사랑이 중요합니다.
김강자 = 95년 노원경찰서 방범과장때 새벽 순찰을 돌다가 가정집 화재를 발견했습니다. 고3, 중3, 중1 등 3형제가 부탄가스를 마시다 폭발한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엄마는 가출하고 아버지는 감옥에 들어가 형제들밖에 집에 없었습니다. 사용료를 내지 않아 수돗물과 가스 공급도 중단돼 친구나 친척들이 취사용으로 사온 부탄가스를 호기심삼아 마셨던 것입니다. 아이들을 구해내고 상당기간 적은 액수지만 학비를 지원해줬습니다. 이들에게 가끔씩 안부전화를 받을 때마다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실은 청소년을 위한 교육시설이나 놀이공간이 거의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반면 어른들의 유희시설은 지나칠 정도이지요. 청소년탈선에는 상업주의 대중문화가 한 몫을 하지만 우리보다 더 요란하고 저질인 상업주의문화가 많은 선진국에도 청소년문제가 우리처럼 심각하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도덕성 회복이 중요합니다.
강지원 = 공감합니다. 청소년문제는 유해사회환경, 지식편중의 학교교육, 가정교육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청소년 유해업소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없을 정도로 많은데도 어른들은 그런 인식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청소년의 책임도 중요합니다. 스스로 건강한 문화를 창조해 나가는 노력을 해야지요. 어른들 역시 따끔하게 충고는 해야합니다.
김강자 = 자녀교육은 농작물을 키우는 것과 똑같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끊임없이 보살펴야 좋은 결실을 맺는다고 생각합니다.
강지원 = 청소년문제는 대단히 광범위합니다. 정부 17개 부처에 관계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단속뿐 아니라 교육 복지 문화 직업 사회정화 비행선도 등 종합적이고 유기적 관계가 이뤄져야 합니다. 학부모 아닌 국민은 없습니다. 청소년사업에 보다 많은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합니다. 특히 선진국처럼 지도층 인사가 은퇴후 청소년사업의 자원봉사에 뛰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정리 임종명기자
lj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