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방송(iTV)의 광역화 문제를 놓고 방송사 간에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방송사 간의 이기적 논쟁이 아니라 방송정책과 관련된 국가적 사안이며, 선거철을 앞두고 나온 선심정책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인천시민을 위한 방송을 내세워 97년 개국한 인천방송은 매달 20억원 이상의 적자가 나고 누적적자도 600억원에 이르므로, 방송권역 확대를 통한 경영의 돌파구를 모색해 왔다.최근 문화관광부가 인천방송의 광역화 요구를 받아들여 서울과 경기도 접경지역인 관악산에 송신소 설치를 허용할 방침을 보이자,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3사가 강경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3사는 인천방송이 관악산에 송신소를 설치할 경우 방송권역 확대가 경기남부지역에만 그치지 않고 서울과 수도권까지 포함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는 제2의 민방이 탄생하는 것이며, 방송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중대 사안이라는 것이다.
방송3사는 『우리나라에는 이미 5개 채널의 지상파 방송이 있으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의 지상파 방송도 5개를 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인천방송이 서울지역을 포함시키지 않으려면 송신소 위치가 관악산에서 10여㎞ 남쪽에 있는 광교산이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케이블TV 설립에서 보았듯이 우리 방송산업은 과잉투자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인천방송이 제2의 민방 구실을 할 경우, 방송사 간의 시청률 경쟁이 한층 치열해져 결국 프로그램의 저질화를 가져올 것도 우려된다. 지금은 제2의 민방 보다는 경영이 어려운 케이블TV와 새로 시작될 위성방송을 효과적으로 운영하여 국가경쟁력과 문화적 이미지를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사실 인천방송의 방송권역 논란은 개국 때부터 예고된 것이다. 가시청권이 협소해서 출범 전부터 적자가 예상됐던 인천방송은 개국하자마자 광역화를 요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방송개혁위원회는 인천방송의 수도권 광역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인천방송의 광역화 문제는 「1방송권역 1민방」(경기지역은 민방 SBS의 방송권역) 원칙과도 관련된 사안이다. 이 문제는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해 가면서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통합방송법이 통과된 이상, 이 문제를 다룰 주체는 문화관광부가 아니라 새로 구성될 통합방송위원회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선거철을 앞두고 정부가 인천방송 광역화 문제로 정치적 오해를 받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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