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적이고 반복되는 사운드. 가사나 선율보다는 리듬과 비트를 중시하는 음악 스타일 때문에 테크노는 무국적이다. 노래에 국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9월 국내최초 테크노 컴필레이션 음반 「techno@kr」를 냈던 테크노전문 레이블 「dmx Trax」가 「PLUR」시리즈 첫 음반을 냈다. 한일 테크노 뮤지션 13팀이 공동으로 참여한 앨범.후랙탈, 전자맨, 제페트, 가재발, 모하비, 산소박사 등 국내 테크노 뮤지션은 물론 캐나다 한국인 2인조 트립합 듀오인 「듀얼」, 일본 차세대 선두로 꼽히고 있는 레오파르동, 일본 테크노 DJ 요모기다 등이 참가했다.
사이키델릭한 경광등 소리와 드럼 비트가 강렬한 전자맨의 「출동」, 대금의 단아한 선율로 시작돼 사물의 울림이 이어지다가 일렉트로닉한 사운드가 절정을 장식하는 국악과 테크노의 크로스오버곡인 제페트의 「살풀이」, 일본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실험적 테크노그룹 가재발의 애시드 하우스곡인 「미쳐 BOOM」 등의 단순한 사운드는 무료한 일상이 마침내 분열을 일으키는 현대사회를 잘 묘사하고 있다. 가재발의 「말해봐」, 트랜지스터 헤드의 「T.R.」는 각각 일본 그룹인 레오파르동, 요모기다가 리믹스했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테크노의 경전처럼 많은 CF에 사용되고 있는 아모크의 「666」만이 테크노는 아니다. 음반의 가장 큰 미덕은 테크노가 어떤 음악 장르와도 잘 융화되면서 사운드의 실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는 점이다. 「PLUR」는 언더그라운드 레이브 파티의 정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화(Peace) 사랑(Love) 단결(Unity) 존경(Respect)의 조합어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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