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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에세이] 이웃의 아픔 함께 하면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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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에세이] 이웃의 아픔 함께 하면 기쁨

입력
2000.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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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10월 24일, 어려운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자는 취지에서 「사랑의 리퀘스트」가 첫방송을 시작했다. 진행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시청자 방청객 모두가 눈시울이 벌개지는 광경이 비일비재한 특이한 프로그램, 그 사연이 무엇이길래…태어나자마자 몹쓸 병으로 세상을 알기도 전에 병실에 갇힌 아이 은빈이, 독함 감기증상으로 병원에 왔다가 그 길로 백혈병 환자가 된 효균이, 반찬이 간장 한 종지 뿐인 가난한 점심도 꿀맛 같다는 선구, 마주할 이 없는 밥상이 서러워 늘 목이 메인다는 김채봉 할머니 등 만난 이들 저마다 제각기 다른 아픔으로 가슴을 후벼파곤 했다. 이런 어려운 이웃들을 만나 속사정을 듣다보면 어느새 지갑을 만지작거리게 된다는 PD들, 한사람이라도 더 도와주기 위해 직접 판자촌으로, 병원으로 나서는 작가들. 이것이 바로 사랑의 리퀘스트 식구들의 모습이다.

후원금은 지금까지 130억원이 넘게 답지되었고 3만여명이 넘는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어졌다. 이렇게 도움을 받은 많은 사람들은 후원금을 가지고 생활안정자금과 학비로 쓰거나 수술비로 사용한다. 물론 1,000만원, 1,500만원으로 모든 것과 바꿀 수는 없다.

어린 동생들과 늙은 할머니 병원비로 쓰기에 턱없이 부족한 돈이니까. 하지만 이들에겐 꺼져가던 희망을 다시 살리기에 충분한 불씨였음은 틀림없다. 또한 치료비가 없어 죽을 수밖에 없던 이들에게 소중한 생명을 준 것이다.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슴 아픈 일도 많았다.

선주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캠퍼스 커플이었던 선주씨와 Y씨는 졸업하고 자리를 잡으면 하나가 되리라 믿고 있었던 사이었다. 그런데 선주씨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더니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녀마저 백혈병으로 눕게 되었다. Y씨는 그의 모든 꿈을 포기하고 직장에서 모은 돈으로 선주씨를 살리기 위해 팔을 걷었지만 선주씨는 무심하게도 우리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나를 떠나가라고 Y씨에게 선물로 준 양말만을 남기고는.

이런 가슴 아픈 사람들과 함께 우리는 새로운 천년을 맞이 하게 되었다. 새시대에도 여전히 소외된 사람들은 있을 것이고, 또한 그 곁에 우리 프로도 지속되고 있을 것이다.

/정영혜(KBS1 TV 「사랑의 리퀘스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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