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경실련의 공천 부적격자 명단공개를 시작으로 시민단체들이 정치판 물갈이를 시도하고 나선 것은 충격이다. 정치판이 오죽했으면 이런 불신임을 당했을까. 정치권은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자기성찰이 있어야 할 줄 안다. 부적격자 명단발표는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다만 모호한 기준으로 당사자의 권익을 침해했다는 실정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경실련이 여야 정치인 164명의 「부적격자」 명단을 공개한데 이어 12일 참여연대 등 전국의 100여 시민단체로 구성될 총선시민연대가 발족, 「공천반대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충격은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이들은 부적격자가 총선에 나설 수 없도록 공천 감시활동을 펼 것을 공언하고 있다. 이는 실정법 위반시비를 피하려는 전략적 의도일 뿐, 특정인에 대한 낙선운동과 다름없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이에 대해 해당 정치인은 물론, 정치권 전체가 「마녀사냥식 매도」라고 발끈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일대 격돌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시민단체의 선거개입은 이미 이번 총선의 중요 이슈로 대두된 셈이어서, 사태의 진전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음을 숨길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부적격 시비가 여야 공천과정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점이다.
왜 이같은 사태가 초래됐는가를 거듭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이유는 정치권이 구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적 개혁신당을 표방하면서도 집권당은 여전히 밀실공천 행태를 고수한다. 야당이라고 해서 나은 구석도 없다. 계파별 지분요구는 결국 밀실흥정으로 끝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곧 계파보스간의 나눠먹기 공천을 의미한다. 시민단체들의 집단행동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정치권 자정(自淨)능력에 대한 깊은 불신은 그래서 이유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행동에는 엄정한 자기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들의 공천배제 운동 등이 국민적 신뢰도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저인망식 흠집내기로 인식되어서는 안된다. 현 정치권에 대한 전면적 물갈이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역의원 절반을 부적격으로 규정한 내용은 의욕이 앞섰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품이 들더라도 더 면밀하게 객관적 정당성을 확보했어야 마땅하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시민단체들이 자신의 중립성을 입증하는 일이다. 일부의 지적처럼 단체 운영비를 정부보조금에 의존한다면 언제라도 순수성을 의심받을 소지가 있다. 시민단체가 그런 일로 정치적 시비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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