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하나의 정신병원으로 보는 것은 낯익은 메타포. 극단 떼아트르 노리의 「6호실」은 한술 더 뜬다. 연극을 위해 소극장 아리랑은 하나의 병동으로 거듭났다. 매표 실내정리 등 극장측 직원 모두가 간호사 차림으로 업무를 진행, 영낙없는 병원이다. 거기에 음모가 있고, 완전한 역전이 있다.4개의 환자병상을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은 십자가, 태극기, 질서 정숙 등 원훈(院訓)이 적힌 액자 등. 이 병원은 환자를 위한 곳이 아니다. 철저히 통제 대상으로서의 환자가 수용되는 곳이다. 험상궂은 간호사의 감시 아래 국민체조가에 맞춰 몸을 뒤틀며 체조를 해야하는 환자들.
훈장을 목숨처럼 여기는 월남전 참전 용사, 정박아, 미쳐버린 인텔리 등 4명의 환자에게 탈출구란 없다. 「오동추야」 「님과 함께」 등 사회에서 불렀던 노래들을 고래고래 부르는 게 전부.
이곳에서는 의사라고 해서 나을 것이 없다. 노회한 원장의 낙이란 환자들을 곯려 주는 것. 참전 용사의 귀에 대고 무전기 교신음, 월남어 등을 소리 질러 괴로움에 나뒹굴게 한다. 그러나 그의 덜미를 노리는 자가 있다.
원장자리를 탐낸 젊은 의사가 환자를 괴롭히고 있던 원장을 환자복으로 갈아 입히고 침상에 꽁꽁 묶는다. 환자들은 빤히 보고 있다, 원장을 괴롭힌다. 바로 원장이 자신들에게 했던 그대로 돌려주는 것. 끝내 맞아 쇼크사한 원장의 주검을 두고 젊은 의사는 직원들에게 건조하게 말한다. 『흔한 일이니 근무나 열심히 해요』 그는 뜻대로 원장이 됐고, 다시 국민체조는 시작된다.
정훈택 강윤석 등 20, 30대 발랄한 배우들의 광인 연기가 무대에 그득하다. 최대웅(66) 우상전(50) 등 원로 배우들이 이들과 함께 이뤄내는 앙상블 또한 볼거리. 지난해 6월 만화를 극화한 「유리 가면」으로 「한국적 신사실주의」를 흥미있게 제시했던 극단 떼아트르 노리의 현재가 담겨 있다. 이항나 작·연출. 23일까지 아리랑 소극장. 화~금 오후 7시30분, 토 오후 4시30분 7시30분, 일 오후 3시 6시, 월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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