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기가 조금씩 나아지면서 화랑들이 컬렉터들을 위한 다양한 판매전략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새로운 틈새시장을 겨냥, 기존의 컬렉터 외에 미술품 애호가 개미군단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미술품 경기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화랑가는 서울 청담동과 신사동 일대의 화랑들이다. 인사동보다 더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아 존폐위기까지 거론되던 강남일대의 화랑가는 이미 IMF전 수준으로 미술 시장이 회복됐다는 평가.
박영덕 화랑이나 예화랑의 경우 최근 카드 결재를 도입, 현금 거래가 일반화한 미술시장에 새로운 거래 패턴을 만들고 있다. 박영덕 화랑의 경우 한번 손님은 영원한 단골이라는 생각으로 일단 구입한 미술품에 싫증난 컬렉터들을 위해 거래수수료만 받고 다른 미술품으로 교환까지 해주고 있다. 또 작품을 소장하기에 경제적으로 벅찬 봉급생활자 등을 위해 3~6개월 분할 구입제도도 병행하고 있다. 이제까지 아파트 모델하우스 등을 주로 대상으로 한 미술품 대여제도도 개인들에게 확대했다. 대여료는 작품 가격의 3% 정도. 1억 이상의 고가 작품의 대여료는 2%선. 대여자는 별도로 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
신사동의 대표적 화랑 중 하나인 예화랑은 6회 분할 판매까지 실시중이다. 구매자는 예화랑에서 구입한 작품에 한해 싫증이 났다면 작품가격의 3% 정도에 해당하는 가격을 지불하고 다른 작품으로 교체할 수 있다. 박영덕화랑과 마찬가지로 대여제도도 실시하고 있는데, 작품가격에 따라 대여 수수료도 달라져 100만원에는 3%, 100만~1,000만원 2%, 1,000만원 이상 작품에 1.5%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강북 화랑가는 강남 화랑에 비해 상대적으로 둔감하게 미술품시장에 반응하고 있다. 노화랑, 갤러리 상 등 대부분 화랑에선 현금거래만 할 뿐, 분할구입이나 대여 등은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다.
최근 갤러리 사비나는 인사동에선 처음으로 12개월 무이자 분할구입제도 의사를 밝혔다. 매월 5만원, 10만원, 15만원, 20만원 단위로 작품구입비를 분할 적립한 후 미술품을 소장하는 방법이다. 신원이 확실한 고객들에겐 1회 불입만으로도 작품을 인도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분할제도는 특정계층에만 국한돼 온 컬렉터층의 저변 확대는 물론, 작가들의 창작 의욕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화랑풍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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