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소 250여곳, 윤락여성 1,000여명, 연간 매출 1,000여억원, 이해관계가 있는 주변상인 1만여명. 속칭 「미아리 텍사스」라 불리는 서울 하월곡동 윤락가 개황이다. 이곳 윤락여성중 30% 이상이 미성년자라 한다.윤락가가 여기 한곳 뿐인가. 청량리·영등포·화양동·천호동 등 서울 동서남북 곳곳이 밤마다 불야성이다.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전국의 윤락가 밀집지역이 53곳이나 되고, 단란주점 카페 등 술파는 업소들까지 합치면 매매춘에 방치된 미성년자들이 얼마나 될지 헤아리기도 겁이 날 지경이다.
김강자(金康子)종암경찰서장이 하월곡동 윤락가의 미성년자 고용근절 「전쟁」을 선언한 것을 계기로 경찰이 10일부터 50일간의 전국 윤락가 특별단속에 들어갔다. 단속 책임자들과 여성단체 대표들까지 참석한 회의에서 경찰은 미성년자 고용업소의 실제업주를 찾아내 처벌하고, 대규모 윤락가에는 경찰병력을 상주시키며, 기생폭력배들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등록증과 실제지문 대조로 미성년자를 가려내기 위해 지문교육까지 실시하겠다니 말만 앞세웠던 종전의 용두사미 단속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미성년자 매매춘이 없어지리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검찰 단속반이 방탄유리로 된 쇼윈도를 해머로 파괴하고 들어가는 동안 업주가 뒷문으로 미성년자들을 빼돌렸다는 보도는 왜 미성년자 단속이 어려운지를 한 마디로 말해준다. 김강자서장이 현지시찰을 통해 근절방침을 통보한 날 서장실로 걸려온 협박전화 사태도 업주들 저항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 사례다.
그러나 단속이 겉도는 주원인이 단속요원과 업주의 유착 때문이라는 사실을 간과한다면, 아무리 강한 표현으로 포장된 단속의지의 천명도 공허한 말의 잔치에 불과하다. 단속정보가 미리 새나가 단속반이 허탕치는 일이 다반사였음을 모를 사람이 있을까. 『모든 업소가 지하나 옥상에 피신용 공간을 만들어 두고 단속때면 그곳에 숨게 하는데, 단속나온 사람들은 손님받는 방만 둘러보고 돌아갑니다. 미성년자들이 삼촌이나 사장님으로 불리는 사람들 집에 감금당해 있다가 손님이 있을 때 불려나오는 것을 모를 경찰관이 있겠습니까』_미아리 텍사스의 윤락여성들이 기자들에게 묻는 말이다.
이런 사정을 꿰뚫고 있는 김서장은 『단속요원을 모두 교체하고 방탄유리 쇼윈도는 모두 미성년자 고용업소로 간주하겠다』고 선언했다. 제2·제3의 김서장을 적선지구 서장과 파출소장으로 보내, 지속적이고 타협 없는 단속으로 부끄러운 향락문화를 퇴치하도록 모두 협조하고 성원했으면 좋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