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홈쇼핑 채널 사람들의 인사는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많이 파세요』다. 실제로 홈쇼핑이 잘 팔리고 있다. LG쇼핑과 39쇼핑 등 두 개 홈쇼핑 채널은 1995년 방송을 시작한 첫 해 매출액이 각각 15억여원에 불과했으나 99년 「LG 쇼핑」 3,200억여원, 「39쇼핑」 2,50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홈쇼핑 방송은 MD에서 PD까지
홈쇼핑 방송은 일반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직업군에 의해 진행된다. 머천다이저(MD), 쇼핑 호스트, 쇼핑 PD, 텔레마케터, 홈쇼핑 전속모델 등등. 방송준비는 머천다이저에서부터 시작된다. 방송사마다 40여명의 MD들이 방송할 상품을 업체와 협의해 선정하고 편성팀과 회의를 거친 뒤 제작 PD들과 방송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PD들은 상품 설명과 특징 가격 등을 토대로 대본을 작성한다. 쇼핑 호스트는 시청자들에게 상품을 설명하는 사람. 방송도중 400여명에 이르는 텔레마케터들은 시청자들로부터 전화주문을 받고 매출현황을 담당 PD에 통고해 즉시 자막에 나가도록 한다.
■ 시간의 승부사
지상파 TV나 다른 케이블TV의 프로그램 성공 여부는 시청률. 하지만 홈쇼핑의 성공 기준은 매출액. PD와 쇼핑 호스트는 시시각각 매출액을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기에 방송하는 동안 피가 마른다고 한다. LG홈쇼핑의 박은우(30·여) PD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매출왕. 컴퓨터상품을 담당한 그녀는 방송 두시간 동안 8억여원이라는 매출액을 올려 주위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급여도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업적급이기 때문에 PD는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총동원한다.
상품을 설명하는 쇼핑 호스트도 마찬가지. 방송사가 선발해 교육을 거쳐 배출하는 전문 쇼핑 호스트와 연예인 쇼핑 호스트가 있다. 아나운서 출신의 고려진(39쇼핑), 탤런트 유하영(LG쇼핑) 등 유명 연예인과 최현우 유난희씨 등 전문 쇼핑 호스트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손숙 전 환경부장관, 미스코리아 출신 김성희씨 등도 쇼핑 호스트로 일한 바 있다. LG쇼핑 황현숙 PD는 『쇼핑 호스트는 짧은 시간에 상품의 장점을 정확히 알리며 매출로 이어야 하는 순간 승부사』라고 말했다.
■ 속옷 모델은 효자?
최근들어 시청자 특히 남성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사람은 속옷 모델. 두 방송사 모두 속옷 모델을 기용하고 있다. 하영은씨 등 누드모델협회 소속 7~10명이 활동중이다. 마네킹을 사용할 때보다 모델을 기용한 뒤 매출액이 두 배로 뛰었다고 한다. 홈쇼핑의 골칫거리도 있다. 얌체족 소비자들이다. 반품기간이 30일이라는 점을 악용해 액세서리 등을 사용한 뒤 상습적으로 반품하는 소비자가 1% 정도라고 한다.
■ 왜 홈쇼핑 인가?
물건을 직접 확인하고 사는 주부들의 쇼핑 습관 때문에 고전하리라던 당초 예상을 뒤엎고 홈쇼핑이 성공한 이유는 쇼핑에 대한 인식 변화와 시간에 쫓기는 맞벌이 주부가 급증한 데서 우선 찾을 수 있다.
또 방송 내용과 일치하는 상품의 질과 일반적으로 시중가보다 20-30% 저렴한 가격, 3,000여종에 달하는 다양한 상품 확보도 배경이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2-5일 이내에 배달되고 상품을 구입한 지 30일 이내에는 반품과 환불이 확실히 보장돼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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