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총선후보자 1차 정보공개 파문경실련이 10일 4·13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현직의원 167의 공천결격 사유를 정리한 「1차 총선후보자 정보공개」를 발표함에 따라 시민단체의 선거개입 한계논란이 본격적인 도마에 올랐다.
12일에는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100여단체가 「2000년 총선시민연대」를 발족, 대대적인 공천감시운동 및 부적격자 낙선운동을 펴기로 해 시민단체의 선거개입이 16대 총선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게 됐다.
경실련은 그동안 「합법적 시민운동」 차원에서 현행 선거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특정후보 낙선운동엔 동참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혀왔고 총선시민연대에도 불참을 선언했다.
때문에 이번에 공개된 명단도 가치판단이 배제된 객관적 공천 참고자료이자 유권자의 판단을 돕는 공천감시운동의 일환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를 망라한 주요 후보자들의 「약점」을 조목조목 담아 공개한 이상 그 파문의 강도는 예측키 힘들다.
명단이 발표되자 정치권은 즉시 『초법적인 낙선운동』이라고 비난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아무리 가치판단을 배제했다 하더라도 후보에 대한 부정적 전력을 나열한 것 자체가 의도적이라는 주장이다. 선관위는 『자체조치를 취하진 않겠지만 명단에 거론된 개인이 고발해오면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명단에 포함된 의원들의 명예훼손을 비롯한 각종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실련은 이에대해 『명단공개의 적법성에 대해 내부적으로 정밀한 법률검토를 거쳤다』면서 『정치권의 현명한 공천작업과 유권자의 판단을 돕기위한 후보자 정보공개운동마저 불법으로 규정한다면 언제든 낙선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경실련은 후속조치로 우선 1월 중 공천인사들의 납세실적을 발표하고 2월께 원외인물 및 정치신인 등의 정보를 추가로 공개할 방침이다.
또 1인보스체제에 뿌리를 둔 「밀실공천」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해 나갈 예정이다. 경실련은 『헌법 41조1항에 명시된 보통 직접 평등 비밀 선거 원칙이 투표뿐 아니라 공천과정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취지』라며 『밀실공천에 의해 탈락한 후보들이 소송청구인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이번 조치를 계기로 공선협 및 한국시민단체협의회 등과의 연대를 검토하는 한편, 선거법 87조 개폐운동 및 공천감시운동을 위해 총선시민연대와도 긴밀히 협조할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경실련의 후보정보 공개가 특정후보 낙선운동과 떼내어 생각하기 힘들어 당사자들의 반발이 거센데다 부적격 사유의 객관성에 대한 검증문제도 상당한 논란거리다. 또 검찰과 선관위의 판단여하에 따라 명예훼손등 소송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일문일답] 경실련 이석연사무총장
경실련 이석연 사무총장은 『2000년 총선은 새로운 정치문화의 초석이 돼야 한다』며 『유권자의 알권리 충족을 위한 후보자 정보공개운동으로 올해를 정치개혁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 일답
-시민단체 선거운동에 대한 적법성 논란이 적지않은데.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한 헌법정신에 따라 명단을 공개했다. 특정인의 명예나 위신을 손상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으며 인물에 대한 경실련의 가치판단도 적시되지 않았다. 유권자 판단과 정당의 공정한 공천작업에 보탬을 주려는 게 이번 정보공개의 가장 큰 목적이다』
-부정적 내용 위주로 정보공개가 이뤄졌는데.
『정치개혁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앞으로도 추가 정보공개가 있을 것이며 양식있는 인사들의 활동도 적극 홍보할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가장 많아 「친여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나도 오늘 오전에야 최종 명단을 파악했을 정도로 내부적인 열띤 논의와 격론을 거친 만큼 결과에 대해선 공정성을 자신한다. 한나라당이 과거 여당시절 비리에 연루된 인물이 많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자민련과 국민회의를 합친다면 여당인물이 더 많다』
-총선시민연대에는 불참을 선언했는데
『대립관계로 보지 말아달라.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은 동일하다. 공천감시운동과 선거법87조와 관련해서는 총선시민연대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할 것이며 14일에는 참여연대와 경실련의 주요인사들이 함께 모여 진솔한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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