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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답게] (2) 불심검문 임의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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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답게] (2) 불심검문 임의동행

입력
2000.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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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죄인 취급하는 고압적 태도와 검문실시자의 신분과 소속도 밝히지 않는 안하무인식 검문, 여성의 핸드백까지 뒤지는 등 성희롱과 불온한 언행, 신원이 확실한데도 막무가내식 연행….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수사기관의 불법행위가 판치고 있다. 집회현장이나 일제단속 기간에는 어김없이 적법절차를 무시한 마구잡이식 불심검문과 당사자 동의도 없는 강제연행이 공공연하고 신분증 제시와 사전동의, 미란다원칙 등은 경찰의 「실적 올리기」에 밀려 무시되기 일쑤다.■사례1

임신부 이모(28·경기 하남시)씨는 지난해 8월15일 저녁 후배를 만나기 위해 서울대에 들렀다가 경찰 불심검문에 걸려 강제 연행됐다. 이씨는 신분증을 제시한 뒤 『집회와는 상관없고 임신 4개월이라 태아가 위험하다』며 동행을 거부했지만 경찰은 막무가내로 끌고 갔다. 경찰은 연행이유를 묻는 이씨에게 『이×아, 입닥치고 있어』 라며 욕을 퍼부은 뒤 4시간 이상 차에 감금했다가 다음날 새벽에야 풀어줬다. 이씨는 『이유도 밝히지 않고 임신부를 연행·감금할 수 있느냐. 이 나라가 과연 인권국가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군자동에 사는 유모(27·여)씨는 지난해 6월 종로구 안국동 집회현장 부근을 지나가다 경찰에 강제 연행돼 성추행까지 당했다. 경찰은 신분확인은 물론 본인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무작정 유씨를 연행했고 일부 전경들은 유씨의 가슴을 만지며 모멸적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

■사례2

지난해 10월 서울 세운상가. 전자부품을 구하러 나온 중소기업 사장 양모(36)씨는 4명의 검찰수사관에게 붙잡혀 팔이 꺾이고 수갑을 찬 뒤 승합차로 끌려가 범행자백을 강요받으며 쇠파이프로 위협까지 받았다. 이들은 「불법감청기 일제단속」을 이유로 현행범도 아닌 양씨를 신분확인과 연행이유 고지, 동의절차도 거치지 않고 불법 연행했다. 양씨는 『영문도 모른채 30분간 차안에 꿇어앉아 협박을 당했다』며 『인신매매범에게 잡혀가는 줄만 알았다』고 억울해 했다.

■사례3

서울 영등포에서 선교센터를 운영하는 장모목사는 지난해 5월 기소중지자 일제단속을 나온 경찰에 봉변을 당했다. 선교센터를 찾아온 경찰은 수배전단을 들이대며 『아는 사람이냐』고 물어 『모른다』고 답하자 임의동행을 요구했다. 장목사가 거부하며 나가줄 것을 요구하자 경찰은 『주민증을 제시하라』『여기서 밤새 근무하겠다』며 3시간여 동안 실랑이를 벌이다 장목사를 강제로 끌고 나갔다. 이 과정에서 온몸에 상처를 입은 장목사는 『단속실적이 인권이나 법보다 우선하는 게 우리 현실』이라며 개탄했다.

본보가 7일 경찰과 전·의경 100명을 상대로 불심검문 및 임의동행 의식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절반가량이 『시민은 주민증을 반드시 소지하고 제시할 의무가 있다』 『경찰은 불심검문시 신분증과 소속, 이름을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임의동행시 6시간 이상 구금할 수 있다』 고 관련 규정과는 전혀 반대로 답해 경찰의 인권의식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 부당행위 이렇게 대처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불심검문과 임의동행에는 엄격한 절차적 조건이 따른다. 법적인 대처요령을 알아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불심검문을 받으면 먼저 검문실시자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소속과 이름, 구체적 목적과 이유를 밝힐 것을 요구한다. 정복을 입은 경찰관의 불심검문 때도 마찬가지로 어느 경우에든 일제단속이나 시위참가 가능성 등 특정되지 않은 사안을 이유로 한 불심검문은 거부할 수 있다.

소지품 검색을 이유로 가방이나 핸드백을 열 것을 요구하면 당당하게 거절하고 만약 강제적으로 검사를 하려 하면 적극적으로 항의해야 한다. 주민등록증은 반드시 소지할 필요는 없다.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받으면 운전면허증 학생증 사원증 등 다른 신분증으로 신원을 증명하면 된다. 이때 신원 확인을 위해 수사기관으로 동행할 것을 요구하면 거부해도 된다.

구속영장 체포영장을 발부했거나 현행범의 체포, 긴급체포가 아닌 한 수사기관의 강제연행은 불법이다. 단순한 임의동행의 요구인 경우 거부해도 된다. 임의동행에 응한 경우에도 수사기관에 6시간 이상 머물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불법행위에 대한 형사고소나 민사소송 제기에 대비해 검문경찰이나 수사관의 신분은 언제든지 확실히 알아두어야 한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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