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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2000년대 재벌정책 방향 - 강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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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2000년대 재벌정책 방향 - 강철규

입력
2000.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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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제회복이 빠르게 진행되어 10% 전후의 고속성장이 이루어졌고 재벌개혁도 워크아웃이나 대우의 해체 등에서 보듯이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현대 삼성 LG 선경 등 4대 재벌들의 부채비율도 약속한 대로 200% 이하로 낮아졌으며 핵심분야로 구조조정도 상당히 이루어졌다. 반면에 벤처기업과 지식기반산업에서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져 신생기업들이 수만개나 태어났다. 이러한 것들이 밑거름이 되어 지난해 높은 성장률이 가능하였다고 본다.그러면 이제 재벌의 개혁은 졸업을 하여야 하는가. 외환위기를 극복한 후 금년 경기가 여전히 밝으며 재벌개혁도 그동안 5+3 정책으로 상당히 가닥이 잡혔으므로 이제는 불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한 답은 한마디로 아직 자만할 때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재벌개혁은 아직 미완인 채 진행중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재벌개혁을 하려고 한 목적을 다시 새겨보면 그것은 기본적으로 가용자원의 잘못된 배분을 바로잡는 것이다.

즉 재벌에 편중된 여신이나 집중된 인재를 생산성이 높고 장래가 유망한 부분으로 배분 흐름을 바꾸는 것이다. 이것은 시장의 자유경쟁이 보장될 때 가장 잘 이루어진다. 따라서 재벌개혁은 자유시장경제가 정착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재벌체제는 이러한 자유시장경쟁체제를 현저하게 왜곡시킨 것이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아 공정한 시장경제의 틀을 확립하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어느 정도 개혁이 진전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유시장경제의 틀을 만드는 데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우선 자유시장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시장의 틀안에 견제와 균형 (Checks & Balances)의 기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기업내와 기업밖에서 다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내의 견제와 균형을 위하여 기업의 지배구조가 개혁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단계에서는 소유자 경영도 가능하지만 대규모 기업일수록 주주와 경영자 그리고 종업원은 구분된다. 다수의 주주로 구성되는 주식회사의 경우에 주주의 이익이 보장되기 위하여 주주총회와 이를 대변하는 이사회가 제대로 가능하여야 한다.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이사들에 의하여 기업이 벌이는 사업과 투자에 대한 승인과 감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총수나 지배주주의 독단에 의한 소유자경영방식은 이러한 감시체계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불합리한 투자나 정경유착의 비리를 발생시킬 소지가 있다. 이러한 내부 지배구조개혁은 아직 시작단계 뿐이다.

기업의 밖으로부터 견제와 균형은 단연 금융시장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기관들은 기업의 사업성과 신용을 평가하여 이에따라 합리적으로 대출하고 잘못하면 이를 회수하는 등 자율금융을 수행해야 한다.

과거에 우리의 금융은 이러한 경제원리에 따라 이루어졌다기 보다는 정책적 혹은 정경유착에 의하여 이루어졌으며 거대 재벌의 도덕적 해이의 희생물이 되었다. 그런데도 금융은 신관치라 할 정도로 아직 타율성이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지배구조 개혁과 금융자율성 정착을 위하여 기업은 선단경영에서 독립경영으로 바뀌어야 하고 금융경영에 정부의 개입과 재벌의 지배가 없어져야 할 것이다. 앞으로 재벌개혁은 이러한 내외 지배구조의 개혁여하에 따라 그 성패가 달려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강철규 서울시립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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