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둘러싼 백화점업계와 신용카드사와의 전면 대결은 우리 사회의 큰 병폐인 집단 이기주의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대형 백화점들은 3%의 수수료율이 할인점의 1.5%에 비해 너무 높다며 최고 2%로 내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BC카드 취급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카드회사측은 백화점과 할인점의 마진율 차이 등을 내세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양측의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것 같으나 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모두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양측이 소비자들을 볼모로 잡아 자기 이익만을 앞세우고 있어 그 결과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신용사회 정착이라는 카드 사용의 근본 취지에도 정면으로 어긋나고 있다.
국내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평균 2.9%로 미국과 유럽의 0.8-1.9%에 비해 훨씬 높다. 비싼 조달금리, 긴 신용공여기간 등의 여건 때문이라고 업계는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경영여건을 강조하기 보다는 경영개선 등을 통해 수수료율을 더 낮추도록 노력하는 것이 카드업계가 우선 해야 할 일이다.
카드가맹점의 카드 취급거부는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위배된다. 그런데도 백화점들이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강경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백화점업계의 제몫챙기기, 카드사 길들이기라는 비판적인 지적이 나오는 이유를 백화점측은 알아야 한다.
금융당국의 책임도 크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파동이 양측의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하자 뒤늦게 백화점과 BC카드에 대해 조속히 대화에 나서 해결하라고 지시했지만, 수수료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어서 그동안 과연 무엇을 했는지 묻지않을 수 없다. 당국과 카드사, 가맹점들은 이번 파동을 카드 수수료율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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