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했으면 시민단체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을까. 오는 12일 발족하는 시민단체들의 총선대책기구인 「2000년 총선시민연대」엔 전국에서 100여개 단체가 참여하리라 한다. 규모로나 참여의 열기 면에서, 일찍이 이런 예가 없었다. 따라서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격돌이 불가피할 것 같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됐는지 정치권은 냉정하게 자성의 계기를 가졌으면 한다.우리는 시민단체들의 집단행동 의사표명이 정치권의 자정능력에 대한 강한 불신때문이라고 이해한다. 새 밀레니엄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기존 정치권의 낡은 행태는 어떤 방식으로든 혁파하지 않으면 안된다.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4월총선 후보자의 공천기준이 여전히 낙하산식 양상을 띠고 있다. 또 개혁의 기준에서 볼 때 터무니없는 인사들이 아직도 정치권 전면에서 보스의 낙점을 기다리고 있다. 분명 민의와는 동떨어지는 일이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시민운동은 어디까지나 법의 테두리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법치를 부정하는 행정기관이나 정치권에 대해 준법을 행동으로 실천하면서 벌이는 자발적 운동이어야 한다. 정치권이 위법한다고 해서 시민단체도 위법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는 시민운동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일이 된다. 특히 일부 단체에서 계획하고 있는 일부 후보자들에 대한 지지 혹은 낙선운동은 엄연히 실정법에 저촉된다.
현행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87조는 노조를 제외한 특정단체가 특정후보를 당선 또는 낙선토록 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해 이와 관련한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바도 있다. 그럼에도 이를 고집한다면 시민운동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 된다.
이번 총선이 후유증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일차적 책임은 여야 정치권에 있다. 당선지상주의로 금권타락선거가 되지 않도록 감시감독할 책임은 유권자와 시민단체의 몫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