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사도 이젠 빨리 달리지 못하면 굶어야 한다」경마장의 숨은 실력자인 조교사들이 새천년을 맞아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적자생존」, 승자만이 살아남는 신자유주의 물결이 경마장에까지 밀려왔기 때문이다. 경주에서 이긴 조교사는 엄청난 상금을 휩쓸어가지만 그렇지 못한 조교사는 패배의 쓴 맛이외에는 맛볼 것이 없다.
과천 서울경마장의 경주마는 모두 1,360마리. 이들의 관리를 책임지는 조교사는 52명이다. 대부분 기수출신인 조교사는 경주마가 항상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주에 나설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을 주업무로 삼는다. 말의 건강상태, 컨디션조절 및 기수의 작전, 마주와의 연락 등 말에 관한 모든 것을 관장한다. 베팅에 앞서 조교사가 누구인지를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중 하나다.
지난해 최고수입을 올린 이는 박원선조교사. 국내 최고의 경주마인 「새강자」를 관리하면서 지난해 1억2,000만원정도의 상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해 1억원 이상의 상금을 받는 조교사는 3~4명. 평균적으로는 조교사 1명이 5,000만원 내외의 상금을 타간다.
문제는 좋은 말을 갖지 못한 조교사들. 이들은 말들의 성적이 저조해 상금을 타지 못할 경우 수입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상금외에 별다른 수입이 없다.
마사회에서 지급하는 기본생계비는 한달에 80여만원.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 각종 부과금을 빼면 한가족이 생활하기에는 턱도 없다. 문제는 2년전 110만원이던 기본생계비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
조교사들은 『이런 상황이 심화하면 경마부정이 일어나기 쉽다』고 경고한다. 기본생활을 보장받지 못한 조교사들이 부정을 담보로 한 유혹에 넘어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설명이다.
마사회의 입장에도 일리는 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말들의 상태를 살피는 등 열심히 일해 성과를 거두는 조교사와 좋은 성적을 거두지도 못하는 조교사간 차등대우는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박원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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