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으로 미래를 「요리」해 볼 생각이에요』깔끔한 요리복에 어울리지 않은 어색한 손놀림이지만 미래의 「요리왕」을
꿈꾸는 대동정보산업고 요리부원 학생들의 포부다. 지금은 햇병아리 요리사지만 서툰 칼질 속에 세계 일류 요리사를 향한 꿈들이 가득하다.
서울시내 고교 중 두세곳 뿐인 요리부가 생긴 것은 1996년 3월. 매주 토요일에 1시간이던 특별활동이 한달에 하루 하는 전일제로 바뀌면서부터. 부가 만들어진 데는 지도를 맡고 있는 채수봉(蔡洙奉·43)교사의 노력이 컸다. 교련교사 출신으로 평소 요리에 대한 관심이 커 자격증까지 갖고 있는 그는 『요리의 각 단계를 거치면서 아이들이 인내심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 부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매달 활동을 하지만 지난해 10월말에 열렸던 축제는 36명의 부원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다. 손님 접대를 비롯해 전교생의 축제 먹거리를 도맡았기 때문. 오징어 파전, 샌드위치, 어묵, 파전 등 4가지 음식을 200∼300인분씩 만들어 팔았다. 재료에 대한 시장조사에서 음식 만들기와 판매, 설거지까지 모두 요리부 차지였다. 『맛이 없어 팔리지 않은 음식을 직접 먹어 치워야 하는 것이 고역이었습니다』 그러나 2학년 윤혁진(尹赫眞·17)군은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맛있다며 더 달랄땐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축제 이후 요리에 관심이 더 커진 윤군과 강진석(姜鎭錫·18)군 등 4∼5명은 요즘 매일 요리학원에 다닌다. 강군은 『요리를 하는 내손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이번 겨울방학에는 자격시험을 치러 세계적인 요리사라는 목표의 첫단계에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채교사는 『요리로 인생을 설계하려는 아이들에게는 요리책이 교과서만큼이나 소중하다』며 『학과 공부 외에 자신만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에게 요리법 등을 전수하는 등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배성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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