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의 등급보류와 불법복제물의 유통으로 김이 빠지고, 10여분 가위질을 하고 뿌옇게 가려도 장선우 감독 「거짓말」(제작 신씨네)의 위력은 대단하다. 전국 90여개 극장이 8일부터 상영을 하겠다고 나섰고,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려던 영화는 몸을 사리고, 이미 상영중인 영화는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다. 그런 기대와 공포로 극장가는 초긴장 상태.같은 날 개봉하려던 한국영화 「그림일기」(감독 고영남)는 2월 이후로 연기했다. 『일단 피하자』는 전략. 해외 성인애니메이션 「헤비 메탈」도 15일에서 22일로 한 발 물러섰다. 『전혀 분위기나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관객은 따로 있다』며 신경을 안쓰는 척하는 한국 영화로는 코미디 「행복한 장의사」(감독 장문일·8일 개봉). 「주노명 베이커리」(감독 박헌수)도 예정대로 15일 개봉한다. 20, 30대 여성 관객은 「거짓말」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외화 「스튜어트 리틀」 역시 가족, 어린이 영화라는 점에서 「거짓말」로부터 자유로워 8일 개봉한다.
「해피엔드」는 그나마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미 4주 동안 서울관객 50만명을 기록, 볼 사람은 거의 다 봤다는 분석이다. 반면 극장가에서는 가장 타격을 받을 작품으로 개봉 첫주말 좌석점유율 97%를 기록하며 서울 3만5,000명이 몰린 「박하사탕」(감독 이창동)을 꼽았다. 상영극장수의 절대 차이(「거짓말」은 서울 20여곳, 「박하사탕」은 8곳)에다 같은 한국 영화이기 때문. 이창동 감독도 『한국 사회이기 때문에 「거짓말」의 폭발력은 상상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경우 「박하사탕」을 내리고 「거짓말」을 상영하겠다는 극장들이 나오자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반면 「거짓말」이 궁금한 영화라면, 「박하사탕」은 「꼭 봐야 할 좋은 영화」여서 상관 관계가 적다는 분석도 있다. 「거짓말」 제작사 신씨네는 『정말 「거짓말」은 예측불가』라고 말은 하지만 흥행은 걱정 없다는 표정이다. 『흥행을 하려면 완성도보다는 등급보류부터 받아라』라는 비아냥거림이 또 한번 증명될지.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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