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그린스펀 쇼크」로 개장 이틀만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내달 1,2일로 예정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인상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1월효과」 기대감에 들뜬 세계증시가 동반폭락한 것이다.게다가 Y2K 우려의 해소로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환수 움직임을 보이면서 단기 국제유동성도 압박받고 있다. 이날 한국증시는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대의 낙폭(72.70포인트)을 기록했다. 전날 30.97포인트 상승했다가 하루만에 72.70포인트나 떨어져 이틀간에 103.70포인트의 변동폭을 보이는 극심한 널뛰기장세가 연출된 것이다.
특히 금리인상론자인 그린스펀 FRB의장의 연임이 확정되자 미국과 유럽 증시가 폭락한데 이어 일본 한국 동남아 등의 증시가 차례로 쓰러지는 「폭락 도미노현상」이 벌어져 투자자들을 당혹케 했다.
종합주가지수와 미국 다우지수의 상관계수는 지난해말 현재 0.88, 코스닥과 나스닥지수는 0.92까지 올라선 상태다. 당연히 국내 투자자는 뉴욕증시를 쳐다볼 수밖에 없고 이같은 심리적 영향은 과도하리만큼 시장에 반영돼 왔다. 거래소측은 최근 증시에서 미 다우지수가 3% 이상 폭등하면 종합지수가 2.64% 오르고, 3% 이상 폭락시 2.96%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나스닥지수 폭락은 정보통신 등 첨단기술주의 특성상 초기 차입투자 비중이 커 금리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에서도 외국 투자자들은 이날 정보통신주를 포함, 1,000억원대 이상을 순매도했다.
신흥증권 이필호 투자전략팀장은 『2월 대우채환매와 3월 채권안정기금 해소 등 압박요인이 있는 만큼 당분간 낙관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결국 미국 금리인상 악재가 시장에 선반영돼 온 경험상 1월중순까지는 지수반등 가능성이 약하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이날 증시가 폭락장세에도 불구하고 낙폭과대 실적주 매기유입으로 시장 전체가 무너지지 않은 만큼 대중주로의 순환매가 다소 길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증권 윤삼위 선임연구원은 『차별화장세에서 소외된 종목이 순환상승할 여지가 어느 때보다 높다』고 전망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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