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이탈리아의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은 대서방 접근을 가속화하려는 북한과 유럽연합(EU)및 한반도 영향력 확대를 노린 이탈리아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이탈리아와의 수교가 당장 영국 독일 프랑스 등 EU 메이저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으로 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 하지만 일단 G7국가중 한나라가 북한을 공식인정한 것이어서 서방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동력으로 작용할 여지는 있다. 특히 로마에 유엔식량농업기구(FAO)등 국제기구들의 본부가 산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은 이탈리아와의 수교로 이 기구들로부터 대외 원조를 끌어내는데 보다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됐다.
이탈리아 정부가 북한과의 수교에 응한 것은 좌파적 성격이 짙다는 점도 있겠지만 EU내에서 영·불· 독 등 「빅3」의 그늘에서 벗어나 국제적 역량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가 유엔 안보리 개편 문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나 이라크·리비아 등 서방국가들로부터 「불량국가」로 낙인된 국가들과의 국교를 맺고 있는 점 등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번 수교는 양국이 78년 개설된 로마주재 FAO 북한 대표부를 통해 활발한 물밑접촉을 해오다 지난해 9월 뉴욕 제54차 유엔총회에서 백남순(白南淳)외무상과 람베르토 디니 외상간에 원칙적 합의를 본 데 따른 결과물이다.
우리 정부는 이탈리아가 북한과 수교했다해서 북한의 대내외정책을 지지하거나 양국의 경제교류가 크게 늘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이탈리아는 철저히 지방분권적인데다 가족경영이 민간 기업의 큰 특징을 이루고 있어 투자매력이 없는 북한에서 당장 실익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과 이탈리아는 매년 2,000만 달러 규모의 교역을 하고 있는 정도로, 99년들어 처음으로 북한의 10대 무역상대국으로 진입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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