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경제는 계속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환란이후 2년간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이제 결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경기가 좋다고 해서 우리 경제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약속한 4대부문의 개혁중 공기업개혁이 아직도 미진해 숙제로 남아있다.공기업의 개혁이 미진한데 대해 민영화의 부진이 많이 지적된다. 민영화란 공기업의 주식을 파는 일이다. 이는 얼핏 생각하면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리 간단치 않다. 공기업의 경영권을 넘겨받을 정도의 주식은 누가 인수할 수 있는가. 결국 재벌기업밖에 없는데 이는 경제력 집중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그렇다고 주식의 분산을 통한 민영화도 간단치 않다. 공기업들이 주식물량을 많이 내놓으면 증시에 부담을 준다. 민간기업의 구조조정이 활발한 마당에 민간기업에게 돌아가야할 자금을 공기업이 쓸어간다면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수 없다.
또 공기업중 국가기간산업이거나 전략 산업의 경우 꼭 민영화를 해야하는 지에 관한 논란이 있다. 예컨대 한전이나 포철의 경우 민영화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서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문제 때문에 영국에서는 전략적 공기업을 민영화하거나 외국기업에 팔면서 주요사항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기도 했다. 정부는 상징적으로 단 한 주만 가지지만 필요한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때의 한 주를 황금주(golden share)라고 부른다.
공기업개혁의 또 다른 문제는 민영화 여부와 상관없이 경영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주력업종과 관계없는 계열사가 많은 것, 비업무용 자산을 많이 가진 것 등이 이에 해당된다. 또 인력조정이나 조직개편을 게을리해 효율이 떨어지는 공기업도 있다. 공기업들은 기획예산처와 업무협약을 하고 정부의 지침에 따라 개혁을 하기로 약속했는데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작년말 청와대가 직접 조사에 나섰다. 사전에 해당기관으로부터 서면보고를 받고 현장에 가서 구조조정의 실태를 점검한 것이다. 이는 청와대의 민정관련 부서가 당연히 해야 할 업무로 이런 과정을 거쳐야 공기업의 개혁에 대한 객관적인 평점을 매길 수 있을 것이다.
공기업은 공익성과 기업성이라는 두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공기업에게 사기업처럼 경영효율을 높이라면서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너무 따져서는 안된다. 공익성이라고 하는 것은 이익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다른 분야를 지원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익을 너무 안따지면 경영이 방만해질 우려가 있다. 경영이 방만하다는 것은 쓸데없는 경비를 많이 쓰거나 과잉투자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중 과잉투자는 대개 기관장들이 자신의 재임중 큰 업적을 남기기 위한 과시 때문에 많이 발생한다.
기관장이 전문성보다 정치적으로 임명된 경우 이런 일이 많다. 접대비도 마찬가지다. 공기업의 실태조사를 해보면 항상 접대비의 과다사용이 문제가 된다. 정치적으로 임명된 사장은 여기저기 인사를 해야 자신의 입지를 굳힐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노조전임자 수가 너무 많다거나 보이지 않는 수당을 많이 지급해서 직원들의 환심을 사는 것도 방만한 경영에 해당될 것이다.
공기업은 감독기관도 많고 소관부처로부터 경영에 대해 직·간접적인 간섭도 많이 받는 편이다. 그래서 민간기업처럼 사장의 경영철학대로 경영하기가 매우 어렵다. 생산량이나 가격등 경영전략도 국가정책이라는 큰 틀안에서 결정해야 한다. 이런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민간기업처럼 「화끈하게」 개혁을 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많다. 따라서 여론에 쫓겨 개혁을 서두르기 보다 시간을 두고 최적의 해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유한수·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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