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컴퓨터 2000년 인식오류) 대란」우려가 결국 「국지적 소동」으로 막을 내리자 곳곳에서 과잉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온나라가 새천년맞이에 들떠있는 동안 초긴장 상태에서 밤샘 근무해온 Y2K정부종합상황실 관계자들은 이런 반응에 무척 허탈해하고 있다. 어떤 이는 『노고를 알아주기는 커녕 매질이라니. 그럼, 대형사고라도 터졌어야 했다는 말이냐』고 흥분했다.과연 우리가 쓸데없는 호들갑을 떤 것일까. 냉정하게 되돌아보자. Y2K는 요행으로 비켜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큰 사고는 없었지만 아파트의 난방공급이 중단되고, 병원에서 환자 나이를 잘못 계산해 진료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대비가 없었다면 이런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졌을 것이다.
또 우리 국민 대다수는 차분하게 대처했다. 이런 마당에 「호들갑」 운운하는 것은 「Y2K 공포」조장에 앞장서고 아무 일 없자 이번에는 과잉대응이 아니냐며 아우성을 쳐대는 미국의 여론에 또다시 끌려가는 꼴이 아닐까.
한 Y2K전문가는 이번 사태를 『정보화시대 문턱에서 치른 「성인식」』이라고 평했다. 적절한 표현인 듯 하다. 그동안 우리는 정보화를 외치면서도 그 이면에 도사린 숱한 역기능들에 무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Y2K 사태는 그런 역기능들을 정부는 물론, 온 국민이 되짚어보고 대비하도록 일깨워 줬다.
더구나 「Y2K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별 탈 없이 끝났다고 금세 잊어버리지 않고 다시 한번 꼼꼼히 되새김질해 본다는 의미라면 과잉대응 문제도 논란을 벌여볼만하다. 수없이 자탄하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냄비근성」을 21세기의 문턱에서 말끔히 털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희정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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