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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경쟁" 정보화 전략… 일본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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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경쟁" 정보화 전략… 일본 (상)

입력
2000.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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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경쟁" 정보화 전략… 일본지난해 11월 18조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가로 발표했을 당시 일본 정부는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내세웠다. 2000년도 예산 지원액은 1,205억엔이 고작이지만 일본의 21세기 생존·발전 전략의 집약이라는 점에서 내외의 눈길을 끌었다.

애초에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지난해 6월 산업경쟁력회의에서 『미국의 아폴로계획이나 정보고속도로 구상과 같은 국가발전 전략을 짜내라』고 주문했고 그 결과로 나온 것이어서 「일본판 아폴로계획」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정보화·생명과학·환경 등을 3대 과제로 삼아 「2004년도 치매·암·당뇨병의 유전자 해명」식으로 일일이 수치 목표를 못박았다. 이같은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핵심은 역시 정보화이다. 2001년도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인터넷 접속 2003년도 「전자정부」 기반 구축 2005년도 현재의 1만배 처리 속도의 슈퍼 인터넷 실현 등이 프로젝트의 기둥이다.

80년대말 금세 미국을 추월할 것 같았던 일본 경제는 90년대 들어 상대적 후퇴를 거듭해왔다. 이 「잃어버린 10년」을 두고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 경제기획청장관은 『최적(最適) 공업사회의 성공에 집착, 정보화의 흐름을 소홀히 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일본의 상대적 낙후는 기술개발의 부진보다는 정책 부재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지못한 것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따라서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본격화한 민·관 합동의 정보화 계획은 이런 반성과 더불어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그랬듯이 앞으로의 정보화 과정에서도 미국을 따라잡고야 말겠다는 무서운 각오를 담았다. 벌써부터 『10년후면 정보기술(IT)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정보통신 분야 연구개발(R&D) 비용은 이미 93년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97년도에는 3조엔을 넘어 전체 산업 연구개발비의 29%에 이르렀다. 이는 99년도에는 33%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보통신 고도화를 정부 예산도 96년도 1조1,101억엔에서 99년도 1조2,890억엔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투자액 규모로는 아직 미국의 3분의1 수준이고 국민총생산(GDP)과의 비율은 미국의 60%를 약간 밑돈다.

정보화에 있어서 미국과의 격차를 좁힐 가능성은 밝게 점쳐지고 있다. 우선 최근 정보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일본의 40대 이상 인터넷 이용 인구 비율은 미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만 20·30대의 비율은 오히려 미국을 크게 앞선다.

또 차세대 인터넷 연구·개발에서 미국에 조금도 뒤지지않는 등 기술전망도 밝다. 미국이 98년부터 매년 1억달러를 들여 차세대 네트워크(NGI) 개발을 추진하기에 앞서 일본은 96년부터 2000년까지 5개년계획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 매달려왔다.

그 결과 98년 전국 10개소의 고성능 교환설비를 초고속 광케이블로 연결한 연구개발용 기가비트 네트워크를 정비, 전국 45개소에 억세스 포인트를 설치했다. 2005년까지는 이를 연구소와 대학, 병원, 기업 등에 테스트베드로 개방한다. 이와 관련, 우정성은 지난해 1월부터 「차세대 네트워크 간담회」를 열어 세계표준을 겨냥한 연구개발에 들어가 있다.

고도 20㎞의 성층권에 통신기재를 실은 무인 비행선을 띄워 그동안 이용되지않았던 밀리파를 고속·대용량 통신에 이용하려는 우정성과 과학기술청의 「성층권 플랫폼」 계획도 연구개발에 들어가 있다.

한편 각 가정에까지 수백 기가급의 초고속 광케이블을 설치하는 「전광통신기술」과 관련, 석면 광섬유에 비해 값싸고 접속·분기(分岐)가 용이한 플라스틱 광케이블의 연구개발도 매듭 단계를 맞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정보화전략/일본] 도조 아키오 도쿄공과대 교수

『뚜렷한 정책 비전이 없었던 것도 그렇지만 평등주의를 지향하는 사회분위기가 정보화 시대의 경쟁과 어울리지 않았다』

통산성 전자기술종합연구소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도쿄(東京)공과대학 도조 아키오(棟上昭男·63·사진) 교수는 정보통신 분야의 상대적 낙후에는 문화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전자공업진흥협회(JEIDA)의 90년 조사에서 확인된 「미일 5년 격차」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면서 『특히 게임을 제외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열세가 최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전반적 기술의 국제표준을 장악한 상태에서 전면 역공은 어렵다』며 대미 역전 가능성에 회의를 표했다. 그러나 『일본의 젊은이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데다 틈새시장에서의 기술강점도 있어 장기적으로는 역전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가 일본의 대표적인 강점으로 꼽은 것은 게임기와 가전제품. 『날로 기능이 확대되고 있는 게임기는 앞으로 정보통신의 핵심기기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며 『가전제품에 정보통신기술을 접합한 「정보 가전」의 장래도 밝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그는 『미국은 일본의 정부 주도 기술개발을 비판하면서도 전략적으로 정보통신산업을 육성해 왔다』며 『인증기술이나 데이터보호 문제 등 국가정보 관리와 직결되는 분야를 민간기업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정보화전략/일본] 제조업 강점을 살린다

일본에는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없다. 그런데 무엇으로 10년내 정보기술(IT)에서 대미 역전승을 거둔다는 것일까.

일본 종합연구소의 와카쓰키 미키오(若月三喜雄)이사장은 『일본에는 쓰기 편한 물건을 만드는 강점이 있다』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만 미국을 추격하면 하드웨어 개발에서는 금세 추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일본 특유의 「모노즈쿠리」(물건 만들기) 강점을 정보기술(IT)로 이어가려는 노력은 통산성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정보 가전(家電)」, 또는 「네트워크 가전」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가전제품을 네트워크로 연결한다는 이 구상은 지난해 9월 샤프의 「인터넷으로 요리하는 전자레인지」(RE_M210) 발매로 이미 상품화 단계에 들어섰다.

사용자가 컴퓨터로 샤프의 요리정보 홈페이지에 접속, 각종 요리의 조리법을 다운로드받아서 전용 메모리에 넣어둔다. 필요할때 전자레인지에 재료를 넣고 액정화면에서 원하는 요리를 고르기만 하면 전자레인지가 가열온도와 가열시간 등을 알아서 조절해 요리해준다. 앞으로 전자레인지 자체에 인터넷 접속·기억 장치를 갖추면 컴퓨터가 없어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고령화 사회의 수요에 대비, 하루종일 목욕을 하지않으면 경비회사나 노인복지회사에 자동적으로 연락을 해주는 「인터넷 욕조」도 곧 발매된다.

시코쿠(四國)전력은 가전제품에 정보통신 기능을 부여하는 대신 전기배선을 활용, 가전제품을 통신망으로 묶고 두꺼비집에 홈서버 역할을 부여한 「오픈 플래닛」 구상의 실험에 들어가 있다. 사용자는 외출중에 휴대폰의 액정화면을 보면서 가전 제품 조작을 지시하면 안테나가 달린 두꺼비집이 이를 받아 가전제품을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정보 가전」의 미래상은 아직 불분명하다. 자칫하면 과거 가정자동화(HA)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구상만 서면 독보적인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는 것이 일본의 자신감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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