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두 옛친구들과 만났다. 한 친구는 서울에서 건축설계사무소를 갖고 있고, 또 다른 친구는 일본 오사카에서 측량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이 땅과 관련된지라 화제는 마침 건축하는 친구가 마음에 두고 있는 지역의 택지개발을 놓고 진행됐다. 지도를 펴놓고 측량, 개발, 구획정리, 경제성 등을 전문가들 답게 토론해 나갔다. 일본의 친구도 앞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싶다며 관심이 컸다.■일본의 친구가 『유수지(遊水池)를 얼마나 넓게 만들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서울의 친구는 『유수지는 왜? 배수로만 잘 뽑으면 물이 강으로 잘 빠질텐데』라고 대답했다. 『자연상태에서 비가 내리면 초목과 땅이 물을 흡수하여 유속을 둔화하지만 주택단지로 개발하면 빗물이 거의 한꺼번에 강으로 빠지기 때문에 유수지를 단지안에 만들어 강의 범람을 완충해 주어야 할 게 아니냐』 일본의 친구가 일본 법규정을 들며 이런 논리를 폈다.
■건축을 말할 때마다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서울의 친구였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엔 그렇게 해선 땅도 줄어들고 비용도 커져 사업 못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들 논쟁이 흥미있어 일본의 친구에게 그곳 규정을 물어봤다. 주택단지를 건설할 때는 단지의 규모에 비례해서 유수지를 꼭 만들어 흘러내려온 빗물을 가두는 것은 범람방지와 수질정화등을 고려한 환경적 고려라고 했다. 아주 사소한 규정같지만 한국과 일본의 국토개발과 이용에 대한 시각차를 아주 뚜렷이 보여주는 실례였다.
■선거 때가 된 모양이다. 건설부가 요란하게 국토종합계획 확정안을 내놓았다. 「생태공원」 「평화벨트」 「친환경」등 요새 유행하는 그럴듯한 수식어를 빼면 그 개념이 30년동안 선거 때마다 신문지면에 대서특필됐던 것과 달라보이지 않는다. 20년후 국토를 아스팔트와 자동차와 콘크리트로 다 깔아놓을 듯한 계획이다. 후손들에게 욕먹을 난개발이 안됐으면 좋겠다. 정보화시대에 맞춰 건설행정도 달라졌으면 좋겠다. 도올 김용옥의 말처럼 허(虛)가 필요하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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