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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년만에 햇빛본 '첼로의 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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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년만에 햇빛본 '첼로의 성서'

입력
2000.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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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비단 셔츠에 긴 곱슬머리. 미샤 마이스키는 패션잡지에서 걸어나온 것처럼 보인다. 장한나의 스승이고 한국에 팬이 많아 자주 한국 무대에 선다. 바흐 서거 250주기인 올해 「첼로의 성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을 들고 온다. 12·13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2일 1·3·5번, 12일 2·4·6번으로, 이틀에 나눠 전곡을 연주한다. (02)599-5743바로크 첼로를 연주하는 안너 빌스마, 피터 비스펠베이도 올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으로 내한공연을 한다. 빌스마는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 6명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거장이고, 비스펠베이는 그의 제자다. 빌스마 9월29·30일, 비스펠베이 11월3일.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이 작곡된 것은 1720년. 그때만 해도 첼로는 「불쌍하고 궁상스런 놈」으로 경멸받았다. 첼로가 반주도 없이 혼자 연주한다는 건 가히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그러나 이 곡은 오래 잊혀졌다. 1889년, 13세 소년 파블로 카잘스가 바르셀로나 부둣가의 오래된 악보서점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잠자던 낡은 악보를 우연히 발견했다.

작곡된 지 269년만에. 소년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뒤 12년간 매일 이 곡을 연습해 25세에 비로소 무대에서 처음 연주했고 60세가 되어서야 녹음을 시작했다. 평생을 바친 것이다. 바흐가 남긴 불멸의 걸작은 그렇게 해서 알려졌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은 전부 6곡이며 곡마다 6개 악장으로 돼있다. 1악장은 워밍업에 해당되는 전주곡, 2악장은 느린 알르망드, 3악장은 밝고 빠른 쿠랑트, 4악장은 느리고 장중한 사라방드, 5악장은 우아한 미뉴엣이나 경쾌한 부레 또는 화사한 가보트이고 마지막 6악장은 치열한 느낌의 지그다.

알르망드·쿠랑트·사라방드·미뉴엣·부레·가보트·지그는 춤곡의 이름이다. 특히 느리고 묵직하면서 침통한 사라방드는 영화나 광고 등에 자주 쓰여 들어보면 「아, 그거」하고 무릎을 탁 칠 만큼 익숙해졌다. 그러니까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은 춤곡을 모은, 클래식음악 사상 최고의 댄스뮤직인 셈인데 그렇다고 꼭 춤추기 위한 곡은 아니다.

전체 구성에서 이 곡은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편안한 1번, 성찰적이고 슬픈 듯한 2번, 복잡하고 대담한 3번, 온화한 4번, 비극적이고 장대한 5번, 거장다운 풍모가 넘치는 6번. 이 곡은 첼로의 모든것, 처음이자 끝이다. 첼리스트라면 누구나 이 곡을 사랑하고 또한 두려움을 느낀다. 거장 중의 거장 카잘스조차 나이 60에 비로소 이 곡을 녹음하지 않았던가.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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