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어떤 형태로 펼쳐질 것인가. 과학기술의 발달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테크노피아」가 될 것인지, 인간성 파괴의 「디스토피아」인지, 기대와 불확실성이 혼재된 모습이다.미 칼럼니스트 짐 호그랜드는 21세기는 엄청난 모순의 세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역저 「자본의 시대」로 저명한 영국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시장 자본주의의 전면적 지배는 민주주의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그랜드
호그랜드는 3일 인테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기고문에서 『새 천년은 약속과 절망, 성취와 파괴라는 극단의 개념이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회변동의 불가측성은 2차세계대전, 핵시대 도래 이후 유례를 찾아볼 수 정도로 격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 개별국가체제에 대해 미·영이 주도하는 세계경제가 국경의 개념과 주권의 영향력을 필연적으로 감소시켜 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문화에서는 국가 퇴조와 세계화를 거부하는 반동의 물결이 거세고, 이는 인종·민족 정체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극화시대」를 21세기 정치적 특성의 하나로 꼽았다.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이 다극화시대의 선두주자로 나서 미국의 일국지배에 상당히 도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앵글로-아메리카가 세계를 지배하는 사조적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할 것이며, 이들 국가들이 자신의 입김을 어느 정도 강력히 하느냐가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홉스봄
홉스봄은 슈피겔 최근호와의 회견에서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에 대한 승리감에 젖은 나머지 자신의 문제들을 외면해 사회정의와 인간성을 구현하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주의와 시장 사이의 모순이 현대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시장은 인간을 사적인 고객으로 취급하지만 민주주의는 공동체의 문제에 책임을 질줄 아는 공적 시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장의 전면적 지배는 곧 민주주의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20세기 중반 「잉여의 시대」가 미국과 서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도달했다고 보는 홉스봄은 21세기에는 경제성장보다는 재화의 사회적 재분배가 더 중요한 문제로 대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에도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홉스봄은 부정적으로 대답했다. 미국이 군사개입을 통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이며 더욱이 미국의 지배력은 식민지가 아니라 위성국가 체제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위성국가들의 저항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베를린=연합]
정리=홍윤오기자
yo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