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지난해 11월27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추수감사절 연휴기간중 딸 첼시의 선물을 온라인으로 쇼핑함으로써 최초로 전자상거래를 한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고 자랑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말 인터넷서점 「아마존.com」의 설립자인 제프 베조스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미국 야후의 마크 큐번 부사장은 지난해말 4,000만달러를 주고 신형제트기 「걸프스트림V」를 구입해 온라인쇼핑사상 최고가품을 구입하는 기록을 세웠다.뉴밀레니엄을 맞은 정보화 선진국 미국 사회를 단 한단어로 표현한다면 단연 「E-비지니스」다. 주요 언론의 경제섹션은 온통 인터넷과 전자상거래(E-Commerce)로 가득 차있으며 TV의 상품광고도 「.com」으로 이루어진 웹사이트 주소로 끝을 맺는다.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미국가정의 51%가 PC를 보유하고 있고 또한 이중 27.5%가 온라인으로 연결돼있있다.(표참조) 온라인쇼핑의 일반화 현상은 지난해말의 크리스마스 쇼핑 경향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뉴욕타임즈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말 인터넷사용자중 23%가 온라인쇼핑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8년말에 비해 10% 포인트가 증가한 것.
미국은 90년대 들어 지속적인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호황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E_비지니스」가 튼튼한 버팀목으로 작용했기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상무부가 지난해 6월 펴낸 「다가오는 디지털 경제」라는 보고서를 보면 이 분석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잘 알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인터넷의 확산과 정보기술(IT)의 발전이 미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며 전자상거래는 앞으로도 비약적인 성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IT 산업이 명목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3년 6%에서 99년 8%로 증가했고 전체 산업이 93년부터 99년까지 5% 성장한데 비해 IT 산업은 그 2배인 10.2%의 성장율를 기록했다.
또한 미국경제가 최근 3년간 연평균 4%의 고성장에다 가장 낮은 실업률(99년 3월 현재 4.2%)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물가상승률은 2.6%(93년)에서 1.9%(98년)로 감소했다. 조지메이슨대학 공공정책대학원의 스티븐 풀러교수는 『고성장, 저실업률은 기본적으로 고물가로 이어지는게 경제학의 일반현상인데도 미국 경제가 이 법칙을 깨뜨린 것은 정보통신산업의 지속적인 발전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E-비지니스」가 이처럼 고성장을 구가한 저변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민간업계의 활발한 투자가 밑거름이 됐다. 특히 상무부와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정책은 정보화를 지향하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FCC는 지난해 8월 펴낸 「FCC와 인터넷의 비규제화」보고서에서 『지난 30년간 FCC는 정보통신 네트워크의 구축장려,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결합된 서비스에 대한 규제철폐, 인터넷 접속비용의 면제 및 통신장비시장의 규제완화를 핵심정책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정부는 정보인프라 구축과 민간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규제완화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연방정부의 이같은 정책은 「정보고속도로 구축」을 총괄지휘하고 있는 앨 고어 부통령이 지난해 12월17일 발표한 「온라인서비스 확대정책」으로 종합됐다. 고어 부통령은 이날 『연방정부는 국민이 「전자정부」(E-Government)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개발과 「전자사회」(E-Society)를 맞아 국민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연방정부는 이를 위해 우선 지난해 경제통계부터 인터넷 상거래액을 별도통계로 집계하기로 했으며 정부의 전자상거래 정책전반을 홍보하는 웹사이트(e-commerce.gov)도 개설했다.
그러나 「E-비지니스」라는 화두가 모두 핑크빛 미래를 담보해주는 것만은 아니다. 전자상거래가 일반화하면서 소비자 보호문제와 고속 정보인프라 구축 및 과세문제 등 예기치않았던 문제가 속출하기때문이다. 이같은 문제에 대처하기위해 백악관은 지난해말 2000회계년도의 중점정책사항으로 「전자상거래 활성화 5대정책」을 추진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상무부와 연방공정위를 통해 온라인쇼핑 보호법안 마련에 주력하고 고속전송망 확충을 위해 관련업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며 전자상거래 무관세화 추진을 위해 외국과의 협의를 강화할 것 등을 내세웠다. 이 가운데 특히 안전한 전자상거래를 위한 소비자 권익보호와 개인정보 유출방지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하고 있는다.
이때문에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해말 대국민연설에서 신용카드 결제, 보증기간 및 반품조건 등에 대한 추가확인, 개인패스워드 공유금지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미국 전자프라이버시 보호센터의 마크 로텐버그 이사장은 『전자상거래와 인터넷사업이 미국 경제호황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방지와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한 법제화에 정부가 보다 주력해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정보화전략/미국] 전자상거래 연구원 루카스박사
『정보통신산업, 특히 전자상거래의 폭발적 증가는 자칫 불황의 늪에 빠질뻔 했던 미국 경제를 주도적으로 되살렸다』
워싱턴의 씽크탱크인 케이토(CATO)의 전자상거래 분야 선임연구원인 아론 루카스 박사(사진)는 『미국 가정의 거의 3분의 1 정도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경제성장의 3분의 1이 IT 산업에 의존할 만큼 온라인산업이 급속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98년의 경우 인터넷 분야에서만 3,000억달러 이상의 수익과 120만명의 고용을 창출, 이제 미국 경제는 「인터넷 경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루카스 박사는 『이제 E-비지니스에 진출하지 않거나 전략적 제휴를 하지않는 기업은 21세기의 생존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그러나 전자상거래의 지속적인 활성화를 위해서는 온라인의 고속접속이 가능한 네트워크 구축과 상품의 신속한 배달이 가능토록 하는 물류시스템의 확충이 병행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전자상거래의 과세문제 전문가이기도 한 루카스 박사는 『국가간 전자상거래의 무관세화를 주장하는 미국 등에 대해 아시아 국가들이 반대하고 있다』며 『이 문제가 인터넷의 세계화에 대한 가장 큰 장애물로 대두될 우려가 크므로 이른 시일내에 국제적인 타개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타임지, 99년의 인물 '아마존' 제프 베조스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말 「99년의 인물」로 인터넷서점 「아마존.com」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35)를 선정하면서 『미래를 향한 새길을 닦은 온라인 쇼핑의 선구자』라고 평했다. 「아마존.com」은 이제 「E-비지니스」에서 「엘도라도」를 꿈꾸는 많은 젊은이에게 우상이 되어버렸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뒤 뉴욕에 진출, 월가의 중소금융회사에서 수석부사장까지 올랐던 베조스가 부인 맥켄지와 함께 낡은 차에 노트북 컴퓨터 하나만을 달랑 싣고 서부방랑길에 오른 것은 약관 30세때의 일.
대륙을 횡단하면서 인터넷 유통사업에 대한 비전을 떠올린 베조스는 시애틀에 정착, 자신의 집 지하차고에서 컴퓨터 4대와 직원 3명을 데리고 「amazon.com」이란 간판을 내걸었다.
초기에는 고전을 거듭했으나 고객만족을 의미하는 「숍테인먼트」(shoptainment : 쇼핑과 인터테인먼트의 합성어)」전략을 내세워 보다 싼 값에 책을 신속히 배달해주는데 주력, 창업 2년만에 1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국내 최대라고 할 서울대 도서관의 장서를 웃도는 250만종 이상의 도서목록을 갖추고 시중가격보다 20~30%(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의 경우는 50%) 싼 가격으로 서적을 공급한데다 CD, 비디오, 화장품은 물론 온라인 경매로까지 상품을 다양화하면서 가히 폭발적인 사업신장을 이룩했다.
지난해말 회원수가 1,300만명을 돌파했고 8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베조스 자신은 110억달러의 자산으로 세계 19위의 재산가로 떠올랐다.
베조스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사업방향을 설정한 것이 들어맞았을 뿐』이라고 겸손해하면서도 『고객만족 제일주의를 추구한 것이 성공비결』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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