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미국 연극을 통해, 화려함과 거대함에 가려진 미국의 시골 정서를 읽는다. 극단 끈의 「미스불꽃 선발대회」.카넬은 시골 마을의 예쁜 처자. 어려서 고아 신세가 돼 친척들 손에서 자란 그녀의 꿈은 불꽃아가씨(Miss Firecracker)로 뽑혀, 이 지긋지긋한 마을을 떠나는 것. 꽃다운 스물 넷의 그녀는 그러나 헤픈 행실로 허전한 마음을 달래는 여자. 매독에 걸려 주변 남자들에게 퍼뜨린다. 축제의 독립기념일, 그녀는 이제 명실공히 최고의 미인으로 거듭나려 한다.
독립기념일에 맞춰 벌어지는 불꽃축제. 카넬은 최종 후보 5명에 들지만, 결선에서 낙방한다. 부끄러움에 못이겨 지붕에서 뛰어내리려던 카넬은 흥겨운 축제 행렬에 마음을 돌이켜 대열에 합류한다. 대회 출전을 위해 갈색머리를 발간색으로 물들였던 자신을 후회하며.
카넬을 둘러싼 조역들의 감초 연기 덕택에 2시간 동안의 상연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카넬의 재단사 파파이는 카넬을 짝사랑하는 공상가, 생선장수 맥샘은 병자이지만 밝고 낙천적인 생활인이다. 카넬로부터 매독을 옮지만, 오히려 감사하는 사람이다. 또 행사진행을 보조하는 캐시는 긴장이 높아질 즈음이면 나타나 작은 웃음을 만든다. 자신의 약점을 친절로 위장하는 데 선수.
81년 연극 「마음의 범죄」로 퓰리처상 등을 탄 미국극작가 베스 헨리 작. 이 작품은 특유의 따스한 유머가 짙게 배어 있다. 카넬역에 최혜원, 주변 남자역에 김용준 김수진 엄문용 등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들을 중심으로 앙상블을 이룬다. 16일까지 오늘·한강·마녀, 오후 4시30분 7시30분. (02)928_4980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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