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권한대행이 「체첸 덫」에 빠진 듯하다.러시아군은 새해 연휴도 잊은채 공세를 펼쳤으나 체첸 반군의 저항에 막혀 고전을 면치못했다. 여기에 체첸 지원세력이 주도한 테러 사건까지 발생, 체첸전이 국제 회교원리주의의 「성전」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푸틴은 서방의 공격중단 압력을 무마하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푸틴은 체첸전에서 보여준 리더십으로 대권을 잡았으나 이제는 체첸전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3일 낮 레바논 베이루트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체첸 순교자」를 자처한 팔레스타인인이 로켓 추진 수류탄 4발을 발사하며 총격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레바논 경찰 1명과 팔레스타인인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러시아군이 지난해 10월1일 체첸 국경에 진입한 이후 가장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셈이다. 러시아는 이번 사건이 1차 체첸전(94~96년)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때처럼 회교세력의 국제 의용단 구성 등으로 확대되지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로즈니를 중심으로 한 전황도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있다. 러시아군은 당초 지난해 12월24일까지 그로즈니를 함락하겠다고 장담했으나 반군의 매복작전에 막혀 전세를 장악하지못하고 있다.
3일에는 점령중이던 그로즈니 남서쪽 4개 마을을 반군에 빼앗긴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은 1차 체첸전의 전철을 밟지않기 위해 무차별적인 공습과 포격으로 반군의 전력을 소진시킨뒤 도심에 진입하는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반군의 매복공격과 야음을 틈탄 반격, 게릴라전에 당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군의 피해도 늘고 있다. 체첸측은 3일 전투에서만 140~200명의 러시아군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 고위 관계자는 AFP 통신과의 회견에서 『반군 축출 작전이 난관에 봉착했다』면서 『포대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않아 아군측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고 실토했다. 피해가 늘면 1차 체첸전때처럼 러시아 국내에서 반전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다.
푸틴 정부도 전쟁이 장기화하자 조바심이 커지고 있다. 2,000명 규모의 「체첸 테러리스트」를 소탕하기 위해 10만명의 정예부대를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전과가 신통치않기때문이다.
푸틴이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권을 이양받은 직후 가장 먼저 체첸을 방문한 사실만 봐도 위기감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속전 속결로 그로즈니 함락전을 펼치면 큰 피해가 불가피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부를 것이다. 유럽연합(EU) 등은 이미 러시아에 대한 최혜국대우를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의 장기화는 3월 대선에서 푸틴에게 악재로 작용할게 확실하다. 새뮤얼 버거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푸틴이 3개월안에 체첸전을 끝내지않으면 대선에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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