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린이가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학생이 되도록 하겠다』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컴맹으로 유명하지만 작년초 의회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면서 이런 포부를 밝혔다. 그의 포부는 바로 미국 국가발전전략의 기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난 3일 신년사에서 교육정보화사업을 2년 앞당겨 올해 안에 하드웨어적 측면을 마무리짓겠다고 한 것도 흐름을 같이 하는 국가전략 차원의 선언이다. 어린시절부터 정보화에 친숙하게 함으로써 정보화를 하루빨리 확산시키는 일은 이제 「하면 좋은 일」이 아니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된 지 오래다. 교육정보화의 현실과 발전방향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지구적 차원의 정보화시대에 동참하는 것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다. 힘껏 노를 저어봐야 제 자리를 지키기도 힘들다. 그러는 사이 남들은, 다른 나라는 저만큼 앞서간다.
미국 영국 독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이미 80년대 중반부터 교육 등 모든 부문의 정보화를 추진, 저만큼 앞서가고 있다. 이들이 모터보트를 타고 간다면 우리는 나룻배를 타고가는 꼴이다.
서울 광진구 K고교. 학급당 PC 1대는커녕 컴퓨터실습실조차 작년말에야 겨우 마련했다. 실습실 컴퓨터는 모두 합쳐 54대. 1∼3학년 33개 학급 가운데 1개반만이 컴퓨터수업을 할 수있다. 그나마 랜(근거리통신망)이 깔려 있지 않아 아직은 인터넷도 안된다. 학급용 컴퓨터는 2학년 11학급에만 1대씩 있다. 수학시간은 주당 6시간이 넘어도 컴퓨터시간은 없다. 그나마 올 1학기(3월)부터 컴퓨터를 교양선택과목으로 선정한 덕분에 모든 학생이 주당 50분씩의 기회를 갖게 됐다. 이런 학교가 전국 초·중·고교의 평균적인 수준이다.
송석문(宋錫文·60)교장은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인터넷 등을 일반 수업에 활용하는 교육정보화는 초보단계』라며 『정부와 업계가 초·중고생을 위해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반면 미국 미주리주 제닝스교육자치구의 A고교. 모든 교실에는 학생 2명당 1대꼴로 컴퓨터가 갖춰져 있다. 교사마다 워크스테이션 컴퓨터와 프린터 2대를 갖고 있다. 10메가 BPS짜리 랜과 인터넷망은 기본이다. 97년부터 「멀티미디어 양방향 네트워크 기술(MINT)」 프로젝트를 추진한 결과다. 올해에는 16개 첨단 교실에 정보교육전문교사 2명을 배치, 모든 수업에 정보통신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서글픈 통계는 얼마든지 있다. 우리나라 초·중·고교 PC 1대당 학생수는 작년말 현재 22.4명. 반면 미국은 이미 96년에 10명이었고 올해는 5명으로 떨어진다. 학생 인터넷 접속률도 우리가 올해 52%를 목표로 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이미 96년에 델라웨어, 하와이, 뉴멕시코주 등이 100%를 달성했다. 올해 안으로 50개주 모두 100%를 달성하게 된다.
미국 A고교 출신과 우리나라 K고 출신이 대학에서, 또 사회에 나와 어떤 차이를 보일지는 아찔하다. 미국은 그 결과 컴퓨터, 인터넷, 정보기술 응용 분야 등 정보화 관련 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부가가치비율이 작년으로 25%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부 추정치로 작년말 현재 10.2%에 불과하다. 이 격차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정보화, 특히 교육정보화는 미래를 위한 준비가 아니라 현실을 살기위한 진행형 실천이어야 한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