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의 최대 당면과제가 드디어 정부조직에 반영되는 감격의 순간』 김대중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여성부 신설에 대한 여성계의 반응은 여성단체협의회에서 낸 이같은 성명의 한 구절처럼 뜨겁다. 여성부가 70년대부터 여성단체들이 줄기차게 제기해 온 숙원사업임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여성의 세기」라는 21세기의 테이프를 끊으면서 여성부 신설을 발표한 타이밍은 참으로 절묘했다.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인 여권 신장에 일대 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하지만 여성특위 관계자들도 놀랄 만큼 갑작스레 이뤄진 발표배경도 의아스럽지만 「작은 정부」라는 원칙을 비껴 가며 확대개편되는 여성부가 과연 얼마나 제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다. 정부조직생리를 잘 아는 인사들은 여성부를 신설해 봐야 기존 정부 부처들의 여성담당 기능을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선진국 중에서 여성부가 있는 나라는 독일 뿐이며 그나마 다른 청소년 업무를 겸직하고 있음을 들어 「위성설관(僞性設官)」이라는 냉소적 반응도 있다.
그러나 여성계 내부에서는 또 다른 차원에서 여성부의 앞날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문패는 번듯하게 바꿨지만 이에 걸맞는 권한과 기능이 뒤따를 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여성특위 직원이 모두 합쳐야 겨우 49명인데서 알 수 있듯이 조직보강, 예산확보, 정책조정권 부여 등의 합당한 기능이 부여되지 않는다면 여성부는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것이다. 이는 여성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모독이며 여권신장에 역행하는 실책이 될 것임을 정책담당자들에게 상기시키고 싶다.
생활과학부 이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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