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으로선 취임 당시 폐지했던 과거정권의 유산(경제부총리제)을 2년만에 다시 부활시키는 것이 정치적으로 내키지 않는 일로 보인다. 그럼에도 재경부장관을 경제부총리로 승격키로 한 것은 현 경제팀 체제로는 부처간 갈등과 이견의 구조적 봉합도, 효율적 경제정책수립 및 집행도 모두 불가능하고, 이는 결국 경제정책의 성공확률을 떨어뜨려 집권 후반기 정치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지난해 정부조직 개편으로 재경부장관에 경제팀장(경제정책조정회의 의장)의 조정기능이 부여됐다고 하나 엄밀히 말해 권한이 따르지 않는 「명예직」에 불과했던 것이 사실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아무리 경제팀장이라 해도 회의서열만 다를 뿐 같은 장관인데 타 부처에서 재경부 말을 들을 리 없다』고 말했다. 툭하면 부처간 이견과 갈등이 노출되는 상황에서도 현실적으로 재경부는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호치키스 부처(타 부처 자료정리나 한다는 뜻)」란 푸념까지 나왔다.
대외적 문제도 야기됐다. 지난달 한중경제장관회의에 참석했던 강봉균(康奉均)재경부장관은 「장관 직급으론 총리면담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당초 예정됐던 주룽지 총리 예방을 거부당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경제부총리제의 부활로 경제팀 운영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은 재경부장관이 단지 「수석장관」으로서 타 부처를 「설득」하는 정도의 역할밖에 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직급이 한 단계 높은 「부총리」로서 명령과 직권조정의 권한까지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부총리가 된 만큼 임의적 안건에 대해 토론 중심으로 꾸려가는 현 경제정책조정회의 보다는 국무회의 상정안건을 모두 심의토록 되어있던 경제장관회의도 함께 부활시키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경제비서실과의 관계에서도 내각의 목소리가 커질 여지가 확보됐으며, 이는 경제정책의 정치화를 차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산권이 여전히 분리되어 있어 조정권이 얼마나 발휘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정부관계자는 『과거 부총리에게 힘이 실린 것은 직급 보다는 예산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재경부장관은 부총리가 되어도 여전히 「반쪽」일 수밖에 없으며 차제에 예산_정책조정권이 통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육부장관의 부총리 승격으로 과학·정보교육 분야에서 두 부총리간 영역이 모호해진 것도 문제점으로 남는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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