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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비 알려면 '품앗이 연구'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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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비 알려면 '품앗이 연구'필요

입력
2000.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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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가장 고차원적인 복합체경이적 진보를 거듭하는 과학의 21세기 과제는 무엇일까. 지난해 내한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러플린은 『앞으로 생물학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깊이 아는 것만으로 현대과학은 한계에 부딪혔다. 유전자의 기능을 파헤치는 데에는 정보처리기술이 필수이며 물리, 화학, 언어학을 모르고서 뇌·인공지능 연구는 불가능하다. 갈수록 과학은 융합되고 전공의 벽은 허물어진다. 21세기에 부상할 융합과학은 무엇이고 우리는 이 새로운 흐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계산을 할 수 있는 컴퓨터라 해도 시끄러운 차 속에서 사람 말을 알아들으라고 하면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사람은 몇 년만에 만난 사람의 얼굴, 목소리를 알아차리는 것이 어렵지 않다. 눈을 돌려 물체의 위치를 파악하고 집어올리는 단순한 행동에는 두뇌의 3분의 2가 협력한다.

도대체 인간 뇌의 신비한 능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뇌는 과학의 마지막 도전분야로 일컬어진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뇌에 대해 얼만큼 아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뇌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뉴런) 덩어리일 뿐이지만 세포간 정보교환 과정을 통해 가장 고차원적인 기능(사고능력)을 발휘하는 대표적인 「복잡계(複雜界)」이다. 그래서 뇌의 기능과 인간 사고의 신비를 파헤치는 데에는 분자·세포·시스템수준의 생물학자와 심리·언어학자, 수학·물리학자가 총동원돼야 한다.

소음 속에서 소리를 가려듣는 것은 「선택적 주의집중」이라는 뇌 기능의 특징이다. 사람의 청각기관에 도달한 수많은 음파는 귀 속 달팽이관에서 수천개의 섬모세포에 부딪힌다. 각 섬모세포는 주파수 대역에 따라 음파를 조금씩 나누어 감지하며 각각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뉴런이 연결돼 있다. 그래서 사람은 필요한 주파수대역의 음파는 크게, 불필요한 음파는 작게 조절한다. 듣고 싶은 것만 구별해서 인식할 수 있는 이유다.

전체 뇌의 기능에서 이 정도 사실은 해변에서 모래알 하나를 발견한 것에 불과하다. 뇌의 종합판단과 고등사고를 이해하려면 분자 세포등 기초단위의 연구만으론 한계에 다다른다. 예컨대 사람이 가장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감각인 시각의 인지과정을 보자. 망막에 빛이 닿으면 빛수용체가 이를 전기신호로 바꿔 뉴런에 전달한다. 뉴런은 전기가 흐르면 세포막을 열어 나트륨이온이나 칼륨이온을 받아들이는 화학처리 과정을 거쳐 새로운 전기피크(발화신호)를 만들어 다음 세포로 계속 신호를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화학적 물질대사는 분자생물학자, 세포간 연결은 시스템신경과학자의 연구대상이다.

그러나 정작 뇌가 이 전기신호를 어떻게 정보화(Coding)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1,000억개의 뉴런은 조금씩, 느리게 정보를 처리한다. 예컨대 시각정보를 전달하는 뉴런 중엔 수평선 수직성 사선을 인식 전달하는 뉴런이 따로 있다. 이 게으른 신경세포들은 각각 1,000개의 다른 세포들과 망으로 연결돼 있어 뇌 전체로 보면 동시에 100조개의 곱셈을 하는 것과 같은 방대한 신호처리를 한다.

이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어쩌면 물리학자가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다. 모델 수립의 전문가이고 수학에 능한 물리학자는 세포 사이, 신경망 사이 어떤 협동이 가능한지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김승환(포항공대 물리학)교수는 뇌에 전극을 꽂고 어떤 인지과정에서 어떤 발화신호가 나타나는지를 연구한다. 그는 『복잡한 발화신호의 유형을 모델화해 원리를 추정할 수 있다면 공학적으로 회로를 설계하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최신 슈퍼컴퓨터보다 계산속도가 100만배 빠른 뇌의 신비는 직렬적 정보처리(컴퓨터)가 아닌 분산·병렬처리때문이다. 오종훈(포항공대 물리학)교수는 『뇌의 발화신호를 분석하는 것은 뇌를 설계하지 않은 사람이 연결회로를 추측하려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뇌의 연결회로 모델을 만들어내면 「인간을 닮은 컴퓨터」가 가능해진다.

수학이론 중 하나인 정보이론 역시 중첩된 신호를 구분하도록 함으로써 영상·음성을 인간처럼 인식하는 과정을 모델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처럼 뇌과학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공동연구가 불가피하지만 그 과정은 뇌세포만큼 효율적이지는 못하다. 생물학 전공자들은 『이론적 모델이 뇌의 기능을 기초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여기는 편이다. 10여년 전 세계적 물리학자 로저 펜로즈가 「뉴런의 정보처리는 양자상태에 의한 것」이라는 「양자모델」을 내놓았지만 생물학자들에겐 「실증되지 않는 가설」로 치부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대식(미네소타대학 신경과학)교수는 『시너지효과가 일어나기 위해선 분야별이 아닌, 주제별 뇌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뇌과학 연구 국내외동향

뇌연구는 20세기 말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 의회는 90년 「뇌의 10년」법안을 통과시켜 뇌연구를 본격화했고 일본은 97년 「뇌의 세기」를 선포하고 20년간 2조엔을 투입하는 대대적인 연구를 진행중이다.

우리 나라는 98년 「브레인테크21」프로젝트를 마련, 10년간 9,200억원을 투자한다. 이에 따라 한국과학기술원 뇌과학연구센터에서 각 분야의 교수·박사급 연구원 110명과 석·박사과정 450여명이 38개 과제를 연구중이다. 뇌의 기능에 대한 기초연구 위에 뇌질환치료법을 밝히는 뇌의학, 인공지능형 로봇등을 만드는 뇌공학분야로 추진되고 있다.

센터장 이수영(과기원 전자공학과)교수는 『올해 안에 상호협력하는 로봇 알고리즘, 잡음하에서 95%의 단어를 인식할 수 있는 음성인식칩을 개발하겠다』며 『최종 연구목표는 인공가정부, 비서, 말벗등을 개발해 고령화·정보화사회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뇌과학연구는 크게 5감중 가장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청각분야, 학습과 판단을 하는 추론분야, 행동분야로 나뉘며 현재 시각에 대한 연구가 가장 많은 진전을 보였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치(fMRI)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어떤 인지과정에서 뇌의 어떤 부위가 활동하는지 밝힐 수 있게 됨으로써 이를 이용한 뇌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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