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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Far and Sure'라는 신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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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Far and Sure'라는 신기루

입력
2000.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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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그리고 정확하게(Far and Sure)」.모든 골퍼의 영원한 화두(話頭)다. 새천년을 맞은 골퍼들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소망을 갖고 있겠지만 결고 이 화두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누군가 골프채를 잡는 순간부터 잉태된 이 화두는 수백년동안 수많은 골퍼들이 매달렸지만 도달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신기루」다.

이 화두의 기원은 15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훨씬 전부터 이 화두는 골퍼들 가슴 속에 자리잡았겠지만 명문화한 것은 이 때다. 제임스 6세의 뒤를 이어 스코틀랜드 왕위에 오른 찰스 2세는 부친의 피를 이어받아 골프를 즐겼다.

왕은 어느 날 잉글랜드의 귀족 2명과 골프발상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서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를 골프의 발상지라고 주장, 논쟁이 끝날줄 모르자 잉글랜드의 귀족이 왕에게 골프내기로 결론을 내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해서 잉글랜드의 귀족 2명 대 찰스 2세와 스코틀랜드인 1명이 골프솜씨를 겨루게 되었다. 왕의 파트너로 나설 스코틀랜드 최고의 골퍼로 제화공이자 구두방주인인 존 패더슨이 추천되었다.

패더슨은 골프에는 뛰어났지만 천한 신분때문에 왕의 파트너가 되는 것을 극구 사양했으나 왕의 간청에 못이겨 경기에 참가했다.

결과는 쉽게 판가름났다. 왕팀은 패더슨의 묘기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고 내기에 걸린 거금중 절반은 패더슨에게 돌아갔다. 왕은 그에게 무엇인가 더 해줄 것이 없을까 궁리하다 상패를 만들었다. 패더슨가문의 문장에 골프클럽 하나를 새겨넣은 뒤 그 밑에 왕이 직접 글을 써넣은 것이었다. 찰스 2세는 이 상패에 새겨넣은 「Far and Sure」라는 짧은 명구(名句) 때문에 골프역사에 영원히 빛나는 인물로 남게 되었다.

이후 수많은 골퍼들이 「Far and Sure」의 꿈을 안고 골프탐험에 나섰지만 골프사상 벤 호건만큼 이 화두에 근접한 골퍼도 없을 것이다. US오픈 4승, 브리티시오픈 1승, 마스터스 2승, PGA선수권 2승 등 생애통산 62승의 대기록을 수립한 벤 호건은 부단한 노력으로 완벽에 가까운 스윙을 구축했다.

1948년 US오픈에서 우승하는 날, 자신의 샷에 문제가 있다며 기자회견도 마다하고 연습장으로 향할 정도로 완벽을 추구했던 호건은 『하루 연습을 안하면 내가 알고, 이틀을 쉬면 캐디가, 사흘을 쉬면 갤러리가 안다』는 명언을 남겼다. 완벽을 향한 노력없이 「Far and Sure」라는 신기루는 구경조차 할 수 없다.

편집국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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