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맞은 우리나라는 이제는 인권선진국이 될 것인가.반독재 민주화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인권후진국에서 「인권국가군(群)」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과연 하루하루를 「사람답게」살고 있는 지에 대해선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다.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마저 「사람답게」살 권리를 빼앗기고도 이를 알지도 못한 채 순응하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과거 국가안보, 경제성장 등의 명분으로 유린됐던 인권은 지난 2년간「IMF 관리체제와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짓눌렸다. 사회적 경쟁에서 패배했다는 이유만으로 실업자군과 그 가족이 사람다운 삶의 권리를 포기해 왔다.
어린이 여성 노인 장애인 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은 더욱 큰 피해를 입었다. 결식아동은 IMF사태 다음해인 1998년 13만9,280명으로 전해에 비해 50%이상 늘어났고, 1999년에는 15만3,000여명에 달한 것으로 교육부는 추산했다. 변화에 적응하느라 급급한 나머지, 우리는 장애인들을 사회안에 보듬는 대신 그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특수시설에 몰아넣고 있다. 철거민촌에서는 60·70년대 개발독재시대와 똑같은 광경이 오늘도 되풀이되고 있다.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그럴싸한 법 규정과 제도를 수사기관의 일선 관계자들은 따르지 않고 있다. 대한변호사 협회는 지난해 28일 발간한 1998년도 인권보고서에서 『국민의 정부 출범후에도 경찰직무집행법의 관련규정이 준수되지 않아 불법적인 불심검문 및 임의동행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고, 헌법에 보장된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도 피의자에게 변호인 접견을 허용하지 않은 채 신문조서가 작성되는 등 수시로 침해되고 있다.
과거조차 청산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보화시대의 도래와 함께 새로운 인권문제도 대두했다. 전자식 주민등록카드의 보급은 프라이버시권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또 컴퓨터에 덜 능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컴맹」이라는 조소를 받으며 각종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 특히 정보를 가진자와 갖지 못한자간의 불평등 등 「정보민주주의」문제는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일보는 인권실천시민연대와 함께 3일부터 연중 시리즈 「사람을 사람답게」캠페인을 시작한다. 이 캠페인은 너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우리의 인권을 스스로 찾아나서는 긴 여정(旅程)이다.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처럼 사람답게 살기위해선 권리를 자각하고, 또 남에게도 똑같은 권리를 인정하는 길 밖에는 없다.
서강대 김 녕(金 寧·정치학)교수는 『인권은 국가보안법 위반자나 양심수의 문제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 개개인이 직면하는 문제』라면서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사소한 문제라도 나와 또 남의 존엄성과 자유를 억누르는 한 결코 간과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창익(吳昌益) 인권실천 시민연대 사무국장은 『21세기의 인권문제는 사람들이 왜 차도를 놔두고 지하도로 내려가거나 육교로 올라가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부터 시작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2000년은 한국인권운동의 원년』이라고 강조했다./유승우기자 swyoo@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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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인권실천 시민연대 인권찾기 캠페인 자문위원 명단(가나다순)
▲곽노현(郭魯鉉)방송대 법학과 교수(민교협 대표, 국가인권위 공동추진위 집행위원장)
▲김 녕(金 寧)서강대 교수(정치학)
▲박원순(朴元淳)참여연대 사무처장, 변호사
▲이덕우(李德雨)변호사
▲이유정변호사(여성문제)
▲한인섭(韓仁燮)서울대 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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