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99년말 「올해의 인물」로 인터넷 서점 아마존(amazon.com)신화를 창조한 제프 베조스(35)를 선정했다. 20세기 마지막 해의 인물로 인터넷서점 창업자가 선정된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일이다. 아마존은 매장이 없으면서 300만종 이상의 서적을 취급하고 있다.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해 신청만 하면 책을 집까지 배달해준다.현재 고객은 450만명. 미국에 1,000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세계 최대의 서점 반즈 앤 노블이 다루는 서적이 17만종인 것과 비교하면 아마존의 위력을 쉽게 알 수 있다. 아마존의 매출액은 매년 300% 이상 증가하고 있다. 덕분에 주식 시가총액이 200억달러를 넘어섰고, 베조스는 89억달러의 재산을 가진 세계적 갑부가 됐다.
컴퓨터 조립·판매업체인 미국의 델컴퓨터(dell.com)는 인터넷을 통해 중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음으로써 경쟁사보다 40%정도 싸게 컴퓨터를 판다. 이 회사의 99년 하루 전자상거래액은 하루 1,400만달러로 98년보다 2배 늘었다.
아마존과 델컴퓨터의 사례는 21세기 전자상거래의 미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일 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규모는 97년 260억달러에서 2001년에는 3,300억달러, 2003년에는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성장속도는 어지러울 정도다. 한국전자상거래연구조합은 국내 전자상거래 규모가 99년 2,000억원에서 올해 5,9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기업간 전자상거래는 99년 700억원에서 올해 3,000억원으로 4.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전산원은 국내 전자상거래 규모가 98년 740억원에서 2002년에는 3조7,800억원으로 5배나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003년에는 전세계 비지니스의 80%가 온라인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전자상거래가 경제의 틀을 바꾸어 놓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제품 판매 뿐 아니라 전자상거래로 구매·조달하는 시스템을 점차 갖춰가고 있다. 정부도 2001년까지 조달업무 전반을 전자상거래로 대체하고, 2002년까지는 공기업도 모두 전자조달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전자상거래의 급성장은 인터넷의 보편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다. 인터넷의 편리성과 효율성을 상거래에 접목,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우선 여러 상품을 안방에서 비교,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곳 저 곳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고르는 불편과 비용을 덜 수 있는 것이다. 중간 유통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가격도 낮아진다. 아직 초창기여서 가격차이가 크지 않지만, 전자상거래가 정착되면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처럼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는데 비해 정부나 기업, 개인 등 경제주체들의 인식은 여전히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전경련 산하 자유기업센터가 각계 주요인사 6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디지털혁명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58%가 급속한 기술발전과 관련 기초지식 부족으로 디지털시대에 부담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길남(全吉男)교수는 『디지털혁명은 산업혁명처럼 몇 백년에 한번 오는 기회』라며 『이 물결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국가와 기업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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