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은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문화산업의 전략을 바꾼다. 디지털문화는 컴퓨터와 디지털 카메라라는 작은 두 기계 안에서 존재하고 소비되고, 유통되고, 만들어진다.더 이상 문화의 창조자와 소비자의 구분은 없다. 인터랙티브(Interactive·쌍방향)는 문화를 살아 움직이게 한다. 카피라이트(저작권)에 대응하는, 저작권만 밝히면 누구든 변형·이용할 수 있는 「카피레프트」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된다. 이른바 「집단형·공동체형 문화」다.
디지털문화는 세상을 자본에 종속되지 않는, 수많은 작고 개인적인 문화들로 가득 차게 한다. 문화의 특권층도 없다. 작지만 무한하고 자유스런 인터넷공간. 그 속에서 미술도, 문학도, 출판도, 음악도 새로운 존재양식, 새로운 전략을 찾아가야 한다.
■스크린 없는 영화
필름이 없다. 이미 유럽에서는 할리우드의 영상 조작에 반기를 든 「도그마 95」의 디지털영화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극장의 개념도 바뀐다. 아직은 디지털영화를 필름으로 떠서 극장에서 상영하지만, 인터넷극장이 점차 그것을 대신할 것이다. 인터넷 영화제작사 네오무비의 조영호씨는 「영호프의 하루」를 인터넷에 띄워 네티즌 30만명이 접속하는 흥행을 거뒀다. 8가지로 줄거리가 달라지는 인터랙티브영화 「뱀파이어 블루」에 이어 CF 「밀레니엄 살인행진곡」까지 제작한다. 「사이버 시네마」는 독립단편 영화를 시작으로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를 시작했다.
디지털영화는 대작이라도 몇 천만원이면 충분하다. 지난 해 10월 이지상감독이 장편영화 「돈오」를 찍는데 들어간 돈은 2,000만원. 때문에 자본에 취약한 우리 영화의 제작 활성화도 가능하다. 문제는 속도. 일본보다 전송속도가 느려 기존 영화와의 경쟁에서 뒤떨어진다. 하드웨어적인 기술개발과 함께 다양한 소재발굴, 제작분위기를 살리는 지원정책이 없으면 스크린에 이어 우리의 컴퓨터 모니터까지 할리우드나 일본이 장악할 것이다.
■대중음악 시장을 뒤흔들 MP3
가수지망생들이 자신의 노래가 담긴 테이프를 들고 음반사를 돌아다니는 시대는 끝났다. 지난 해 조PD는 자작한 8곡을 MP3 파일로 만들어 컴퓨터통신에 올려 인기가수가 됐다. 디지털화가 진행되면 많은 소비자들이 생산자의 주체적 위치로 돌아설 확률이 크다. 이미 많은 뮤지션들은 매킨토시 컴퓨터와 롤랜드 콘솔을 이용, 스튜디오가 아닌 가정에서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신해철같은 뮤지션이 대표적.
MP3는 전통적인 음반시장과 유통을 완전히 흔들어 버린다. 아직은 저작권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시장 형성이 늦춰질 뿐이다. 선진국은 그것을 해결할 프로그램인 SDMI(Secure Digital Music Initiative)를 이미 갖춘데 반해 우리는 개발 및 기초응용단계이다.
■무한 복제의 디지털 아트
디지털 아트의 무한 복제는 미술품의 진품, 유일무이성을 부정한지 오래이다. 비록 국내 미술계의 디지털 아트에 대한 접속은 15년 안팎의 역사이지만 회화, 판화 등 전통적 미술영역에까지 디지털매체는 최근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컴퓨터로 넘버링까지 된 판화작품이 출력되기도 하고, 스캐닝된 사진을 컴퓨터로 몽타주하거나 합성한 작품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심지어 그래픽 프로그램의 발달은 전자페인팅을 이용, 회화적 질감을 컴퓨터 상에서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외국의 경우 미술관들이 별도의 아트 프로젝트로 디지털 아트를 적극 기획·지원하는 데 비해 아직까지 국내 미술관들은 이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 편이며 작가군의 폭도 넓지 않다.
■종이 없는 디지털 북
손바닥만한 액정화면에 디스켓만 바꿔 끼우면 몇 권의 책이라도 마음대로 본다. 「종이 없는 책」이다. 인터넷 전자책방은 신용카드로 결제만 하면 책의 내용을 다운받아 저장해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2년 전부터 몇 개 회사가 운영을 시작했다. 책의 내용을 저장한 디스켓과 함께 600㎚의 손바닥만한 액정화면을 들고 다니기만 하면 큰 서가를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것과 같다.
책의 크기나 무게, 전원 사용기간 등을 해결해야 하지만 미국, 일본에서는 대량 생산하고 있으며 디지털 북 판매에도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몇개 출판사가 이 사업을 계획하고 있지만, 영세한 자본의 개별 출판사보다 정부와 출판사가 연계해 효울성과 경제성을 살리는 방안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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