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가 30일 옷로비 의혹사건 수사결과를 발표, 전직 검찰 총수와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구속까지 몰고왔던 이 사건은 종결됐다. 그러나 서울지검 수사결과를 특별검사가 뒤집고, 이를 대검 중수부가 다시 뒤집어 국민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울 뿐이다. 결국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대검 중수부가 밝힌 사건 전말
이형자씨가 연정희씨를 통한 최순영전회장 구명로비 시도가 먹혀들지 않자 최전회장 불구속을 위해 옷로비 사실을 왜곡·과장해 유포한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이다. 여기에 배정숙씨가 공짜 옷을 얻어 입기 위해 연씨에 대한 로비를 핑계로 이씨에게 옷값 대납을 요구, 사건이 촉발됐다. 연씨는 고급옷 구입 사실을 감추기 위해, 정일순씨는 연씨 보호를 위해, 배씨는 개인적인 이익 취득 의도를 감추기 위해, 이씨는 김태정 전법무장관에 대한 악감정 때문에 진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했다.
박주선 전청와대비서관이 최종보고서에 연씨의 외상구입 여부와 반환날짜를 애매하게 표현하고 옷구입 내역 등을 뺀 것은 법무비서관 임무로 볼 때 축소보고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서울지검이 촉박한 시일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에 다소 소홀했지만 수사관계자 책임을 거론할 정도는 아니다.
정씨가 판매한 밍크코트 4벌은 모두 자영업자 등에게 팔린 사실을 확인, 로비용으로 전달된 옷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동아그룹의 협박설도 간접적인 압박 수준 정도며 사법처리가 가능한 구체적 협박은 아니다.
◆재판전망
1년여에 걸친 수사에도 불구, 재판과정에서 관련자들과 검찰간의 「거짓말 가리기」공방이 재연될 전망이다. 검찰과 특검이 객관적 물증 없이 관련자 진술에서 특정 부분만 취사 선택, 수사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하면서 밝힌 법원의 판단은 재판에서 검찰의 입지를 위축시킬 변수가 될 수 있다. 법원의 기각결정은 검찰이 정씨의 옷값 대납 요구에 대해선 이씨 자매의 진술을 부정하면서도 배씨의 옷값대납 요구 부분에 대해선 이씨 자매의 진술을 긍정한「자기 모순」을 지적한 것으로, 향후 재판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이러한 법률 공방과 함께 특검의 벽을 넘어야 하는 이중고를 안고 있다. 또 사직동팀 내사문건 유출과 관련, 김전장관과 박전비서관의 무죄 다툼도 치열할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혐의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검찰의 외곽수사를 통한 공소유지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신광옥 대검 중수부장 일문일답
신광옥 대검 중수부장은 30일 『전직 검찰총장과 법무비서관을 구속하는 쓰라린 고통 속에서도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새 천년을 맞아 원칙과 기본이 바로선 검찰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_특검 수사결과와는 다른데.
『특검은 결론을 내려야 했다. 그런데 「판단된다」 「추정된다」라는 표현으로 의혹만 제기했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를 가지고 기소한 것이다. 모든 것은 법원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_배정숙씨의 옷값 대납 요구에 대해 법원이 인정하지 않았는데.
『영장실질심사에서 1회성 심리를 통해 판사가 내린 결론과 장기간의 수사와 제반 증거를 통해 판단한 우리와는 다를 수 있다. 자신있다』
_2,200만원 대납요구에 대한 이형자씨의 진술은 믿으면서 1억원에 대해서는 이씨의 진술을 믿지 않는 이유는.
『2,200만원은 라스포사가 아닌 앙드레김에서 산 옷이라며 요구한 것이다. 앙드레김과 라스포사는 구분해야 한다. 1억원도 이씨가 아닌 동생 영기씨를 통해 퍼진 소문이다. 이번 사건은 핵심 4여인의 이해가 모두 어긋나고 인간관계 등이 얽혀있다. 4명 모두 어느 부분에 대해선 진실을, 다른 부분은 왜곡된 거짓말을 했다. 물증은 없고 진술 밖에 없는 상황에서 진술의 변화 과정 등을 추적해서 가장 경험칙에 맞게 재구성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사건이야말로 거짓말의 향연이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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