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장의사」(감독 장문일)라고 했다. 죽은 자로 인해 살아가는 장의사에게 그 「행복」은 모순이다. 장의사는 사람이 많이 죽어야 행복하다. 그러면서도 장의사는 이웃 사람들이 죽지 않고 함께 행복하게 오래 살기를 바란다. 10년동안 마을에 죽은 사람이 없어 죽음을 기다리고, 이웃의 죽음을 재촉하고, 죽음을 즐거워 하고, 죽음을 먼저 차지하려 다투다가 막상 가까운 이웃들의 죽음이 던져지자 행복해하지 못하는 「낙천장의사」의 식구들.그 아이러니가 서로 충돌하면, 웃음과 눈물도 자연히 충돌한다. 그 충돌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인물중심적이다. 아이러니는 인물등장에서부터 보여준다. 할아버지 장판돌(오현경)영감의 「낙천장의사」터를 팔아 오락실을 차리려는 손자 재현(오현경)과 삶이 고달파 처자를 버리고 자살하려는 철구(김창완). 둘은 같은 버스에서 내려 서로 다른 이유(하나는 할 수 없이, 또 하나는 행복한 선택으로)로 한 식구가 된다. 그들 사이에는 낙천적이며 엉뚱한 대식(정은표)이 있다. 장판돌 영감은 바로 그들의 웃음과 슬픔을 조율하면서 영화의 맥을 짚어간다.
거대한 사건이나, 철저히 계획된 구도보다는 순간순간 의외성과 재치있는 캐릭터들의 일상이 던져주는 웃음이 즐겁다. 현실이 불만인 재현의 반발이 대식의 능청과 엉뚱함에, 대식의 능청은 장판돌 영감의 장난끼에, 장판돌 영감의 장난끼는 철구의 엉뚱한 진지함에 무너지는 연결고리. 그것이 죽음이란 유머화하기 힘든 소재와 맞물리면서 재미가 커진다. 그 재미는 적당히 희화적이고, 적당히 과장적이며, 적당히 은유적인 동양적 해학의 느낌을 준다. 조급함도 없다. 이따금 멀리서 잡아내는 무료한 일상에는 동양화적 여유로움이 배어있다. 때문에 「행복한 장의사」는 적어도 절반은 시트코미디로서 성공적이다.
그러나 그 나머지 절반인 장의사의 「행복」을 역설적으로 찾아가는 길은 서툴기만 하다. 영화는 눈물을 위해 두 개의 「죽음」을 준비했다. 세 젊은이 모두가 귀여워했던 할머니와 사는 이웃집 소녀 연이와 학창시절 재현을 좋아했던 소화(최강희). 소녀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 아버지 무덤에 가려다 죽고, 재현에게 다가가려는 꽃집을 하는 소화는 이혼의 상처와 자신의 마음을 선뜻 받아주지 못하는 재현으로 인한 외로움으로 자살한다.
그 죽음은 죽어야 행복한 장의사에게는 배반이다. 그 배반으로 영화는 옷음 뒤의 슬픔, 순수한 소시민적 인간들의 마음을 전하려 했다. 그러나 웃음에 집착한 나머지 그들끼리의 감정교류가 적어, 그 슬픔은 앞의 웃음만큼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못한다. 웃음은 순간 재치와 에피소드로 가능하지만 슬픔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차라리 웃음 뒤에는 반드시 감동이나 눈물을 드러내야 한다는 「코미디의 관습」의 강박관념을 버렸다면. 「행복한 장의사」는 웃음만으로도, 정은표의 개성 넘치는 연기만으로도 충분한 「삶의 아이러니」가 됐을 것이다. 1월 8일 개봉.
오락성★★★ 예술성★★★(★5개만점 ☆은1/2, 한국일보 문화부 평가)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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