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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바이러스 등한땐 큰 사고 부를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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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바이러스 등한땐 큰 사고 부를것"

입력
1999.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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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의 안철수(安哲秀·38)소장에게 99년은 매우 의미있는 한 해였다. 회사가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한글과컴퓨터에 이어 두번째로 매출 100억원을 넘어섰고, 이를 발판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10년이상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들인 노력이 드디어 열매를 맺은 것이다.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사이버 세계의 파수꾼」을 자임하는 안소장을 만나 지난 한 해 디지털 세상의 이면을 들여다 보았다. /편집자주 『99년은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이 급변한 해였어요. 중요한 사건은 지난 4월의 CIH(체르노빌) 바이러스였죠. 미리 막았으면 좋았을텐데 굉장히 안타까웠어요. 그동안 언론기고를 통해 사전 경고도 많이 했는데, 결국 한 번 겪어봐야 깨닫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값비싼 경험이었습니다』

그는 CIH바이러스 사건을 삼풍참사나 성수대교 붕괴에 비유했다. 개발 제일주의로 만들어 놓고 쓰기만 했지 유지, 보수, 안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결과라는 것이다. 『컴퓨터도 마찬가지예요. 편리하지만 해커나 바이러스라는 역기능이 있죠. 이걸 미리 막지 않으면 대형 사고가 터지는 겁니다. 결국 올해 우리는 이 사고를 못 막았어요』

전세계 백신프로그램 시장규모는 1조2,000억원. 이중 한국시장 규모는 일반 소프트웨어 시장과 마찬가지로 1% 수준, 즉 120억원 정도이다. 그런데 지난해 국내 백신업계의 매출은 30억원에 불과했다. 컴퓨터 사용자들이 바이러스 예방에 4분의 1밖에 투자를 안한 것이다. 안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바이러스 사고가 난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올해의 경험을 교훈삼아 내년부터는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통신 벤처기업의 성장과 코스닥 열풍에 대해 기대와 염려를 함께 했다. 『IMF사태 이후 인력시장과 자본시장이 유연해지고, 그 결과 대기업에 집중되던 우수인력과 자본이 벤처로 몰리게 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러나 염려되는 것은 벤처기업들이 많아지다 보면 부실한 업체도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죠. 미국의 경우 부실한 벤처에는 투자를 안해 자연도태되는데, 우리는 아직 초기여서 부실한 업체에도 돈이 몰려요. 결국 투자했다 손해보는 사람이 많아지면 장기적으로 벤처기업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요』

그는 벤처산업이 발전하려면 사업가나 투자자 모두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돈이 넘친다고 돈부터 받아놓고 사업계획을 짜거나, 묻지마 투자를 해서는 안되다는 것이다. 『3년쯤 뒤에는 망하는 회사도 많을 거예요. 빨리 끓었다가 빨리 식어버리지 않을까 겁이 나요』

안소장은 「Y2K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피해정도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일반에 보내는 경고수위를 낮추는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Y2K문제와 Y2K바이러스는 구분해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Y2K문제는 대형사고의 가능성이 있고, 이번 한 번이니까 철저히 대비해야 하지만, Y2K 바이러스는 피해정도나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 너무 겁을 주면 오히려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만 저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연구소의 올해 매출액은 115억원으로 지난해(22억원)보다 5배나 늘었다. 순이익은 45억원. 안연구소는 이같은 성과를 토대로 올해 암호보안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 정보보안 분야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또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관련 업체들과 합작으로 리눅스 기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엘릭스」와 보안서비스업체인 「코코낫」을 설립했다. 내년에는 해외시장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안소장은 그러나 코스닥 등록에 대해서는 『사업계획이 확정된 뒤 자금조달을 생각하는게 맞다』며 『내년 1월 전체적인 사업계획을 확정한 뒤 고려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들에 대한 백신 무료 제공사업은 공익적 차원에서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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