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한해 동안 줄곧 민심과 국정을 어지럽힌 옷로비 사건을 결국 깨끗하게 마무리하지 못한채 새해를 맞게 됐다. 검찰과 특검, 그리고 다시 검찰과 법원이 엇갈린 판단을 내놓는 사태가 되풀이 되면서, 의혹해소는 커녕 모든게 뒤엉킨 결과가 되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거듭된 변전을 따라가는 것조차 이젠 어지럽다. 관련된 개인과 국가기관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앞서, 사건을 이 지경까지 끌고온 우리 사회의 총체적 역량이 한심할 따름이다.어쨌든 최종판단은 이제 사법부에 맡길 수밖에 없다. 사법부에 맡겨지지 않는 부분은 그야말로 민심과 역사의 몫으로 남게 됐다. 그밖에 다른 비난이나 요구를 떠들어봤자 실속은 없을 것이다. 그나마 의혹의 전면에 부각된 공직자들이 구속되고, 관련된 여인들이 사법처리될 것이라는 데서 일반이 기대하는 사회정의가 대체로 실현됐다고 위안삼는 수밖에 없다.
물론 해가 바뀌기 전에 소모적 논란을 끝내는게 좋다고해서 모든 허물이 덮어지지는 않는다. 끝내 모든 의혹의 진상규명 책임을 다하지 못한 수사기관의 잘못과 그릇된 자세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권력이 주변단속에 실패하고, 국민적 의혹에 사려깊게 대처하지 못한 허물도 뼈아프게 여겨야 한다. 시민사회와 언론도 선입견과 조급함 때문에 결국 실속없는 쳇바퀴 돌리기에 함께 몰두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 모든 제도와 장치가 실패한 것을 함께 걱정해야 한다고 본다.
이미 실패한 검찰과 국회, 특검은 물론 법원도 진상을 완벽하게 규명할 순 없을 것이다. 구체적 사실관계 입증이 어렵고, 관련자들의 내심을 가치판단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원칙에 철저하지 못한 수사기관, 완벽할 수 없는 법원 등 제도의 실패를 보완하는 것은 사회의 자정(自淨)능력이다. 이것을 어떻게 회복하고, 만들어 갈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권력과 검찰과 특검, 그리고 시민단체나 언론도 소임을 다했다고 자신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략적인 진상과 책임은 진실의 생명력이 저절로 드러냈다. 따라서 누구도 억울함을 주장하거나, 공을 자랑하고 치하해서는 안된다. 특히 권력은 「책임은 권한에 비례한다」는 규범을 따르되, 다만 국민이 여러 정황을 헤아려 이 정도로 문책을 끝내기를 겸허하게 청해야 할 것이다. 검찰도 다시 「이것이 진상」이라고 주장, 지겨운 논란을 덧들이지 않기 바란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적폐와 위선적 대응이 결합한 소용돌이다. 권력은 조용히 문책을 마무리짓고, 특검제 논란등에 앞장선 여론 지도층은 결국 가장 크게 상처받은 민심앞에 송구스러워하는 자세를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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