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이 역사적 시점에서 지난 한 세기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희망의 새 천년을 맞기 위한 우리의다짐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지난 20세기는 우리 역사에서 오욕과 영광, 좌절과성취가 교차한 참으로 파란만장한 시기였다.국권상실의 치욕을 겪으면서도 우리는 불굴의 투쟁으로 조국의 독립을 쟁취했다.
분단과 동족상잔의 아픔속에서도 공산침략을 막아내고 세계 11위의 경제강국을 일구어냈다.
오랜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강권체제 아래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민주화의 열망을불태우며 기꺼이 희생을 치렀고 마침내 50년만의 여야간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어냈다. 민주주의 위대한 승리인 것이다.
우리는 또한 지난 수십년동안 우리 국민이 쌓아올린 경제적 성과를 하루아침에무너뜨린 IMF 외환위기를 당하고도 이를 이겨냄으로써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고 새천년을 향한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눈앞에 다가온 21세기에 우리가 세계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20세기의 종점에 서 있는 우리의 또다른 모습을 직시하지 않을수 없다. 뿌리깊은 지역갈등과 부정부패, 이기주의 그리고 정치적 대립과 혼란은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굴레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에서 이 땅에 살고 있는 어느 누구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새 천년을 맞기에 앞서 우리는 각자가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과오에 대하여 속죄하고 과감히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다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자유선언이기도 할 것이다.
아울러 국민 모두가 서로를 용서하고 감싸안는 대화합의 역사가 시작돼야 한다.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남녀간 여야간의 화해와 화합은 희망의 새 천년을 열기 위한전제조건인 것이다.
우리 민족이 화합하고 단결했을 때 우리는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반대로 분열하고 대립했을 때 우리 역사는 쓰라린 좌절과 시련을 맛보아야 했다.
IMF 외환위기의 극복도 온 국민의 합심협력으로 가능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나를 찍어주지 않았던 유권자들, 심지어 내가 당선되면 이민가겠다고 말하던 분들까지도 국난극복의 전선에서 한마음으로 고통을 나누면서 희생을 감내해주었다는 사실을나는 잊지 않고 있다. 바로 국민화합이 놀라운 위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우선 여야 정치권이 화해와 화합에 앞장서야 한다. 작금의 우리 정치는 소모적인 정쟁과 대립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가발전의 가장 장애가 되어왔음을 부인할수 없다.
이제는 여야가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화합하고 협력하는 큰 정치를 열어가야한다. 뒤를 돌아보며 서로의 잘못을 들춰내는데 소진했던 기운을 새 천년의 대한민국이 앞으로 전진하는데 모아야 할 시점이다.
나는 이를 위하여 나 자신 최대한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굳게 다짐한다.
문제가 된 사건들에 대해서도 원칙있는 처리를 통해서 최대한 관용할 용의가 있다.
나는 또한 국민대화합의 정신에 따라 20세기를 보내면서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 소외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특별배려 차원에서 대규모의 가석방과 가출소, 보호관찰의 해제를 실시하겠다.
IMF 체제에서 예기치 못했던 사태로 금융거래상 제재를 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경중에 따라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하여 경제발전의 대열에 동참할수 있는재기의 기회를 부여하겠다.
담합 등 잘못된 관행으로 각종 행정제재를 받고 있는 건설 관련 업체 및 건설기술자들에 대해서도 제약을 풀어서 새로운 각오로 경제활성화에 기여할수 있도록 하겠다.
생계형 범죄로 기소중지가 된 사람에 대해서도 자수를 유도해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최대한 선처하겠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서 약 100만명의 국민이 혜택을 받게 된다. 그들의 앞날에새로운 희망과 전진이 있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부부 사이에, 형제 사이에, 친구와 이웃 사이에, 직장의 동료나 상사 사이에 아직 지우지 못한 앙금이나 감정이 남아있다면 20세기를 보내면서 다 훌훌 털어버리자.
그리하여 대립과 갈등의 골을 화해와 화합으로 메우자.
5천년 역사를 이어오며 지난 한 세기의 격랑을 슬기롭게 해쳐온 우리 국민에게새 천년의 시작은 놓칠수 없는 기회다. 긍지와 반성으로 지난 한 세기를 매듭짓고희망의 21세기를 맞고자 하는 나의 충정에 국민 여러분의 동참이 있기를 바라마지않는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