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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 '밀레니엄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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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 '밀레니엄 횡포'

입력
1999.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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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신모(37)씨는 지난 성탄절 저녁 모처럼 가족과 함께 한 특1급호텔 레스토랑에 갔다가 낭패를 당했다. 음식주문을 하려고 보니 웨이터가 가져온 메뉴판에는 뜻밖에도 단 한가지 메뉴밖에 없었다. 1인당 9만9,000원짜리인 「밀레니엄 특선세트메뉴」였다. 연말 성수기에는 이 세트메뉴만 판매한다는 것이 웨이터의 설명. 평소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가격도 문제였지만, 예약 당시 식당측으로부터 아무런 사전설명도 받지 못했던 터라 몹시 당황한 신씨는 『다른 메뉴를 주문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헛수고였다. 식당측은 『가뜩이나 예약이 밀려 있으니 다른데 갈테면 가라』는 식이었다.서울시내 주요 특급호텔들이 연말에다 밀레니엄 특수를 노린 한몫잡기식의 판촉행사로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업장마다 평균 10만원대의 「밀레니엄 세트메뉴」를 지정, 고객들의 메뉴선택권을 박탈하는 횡포를 부리는가 하면 테이블당 하루 저녁에 두차례씩 예약손님을 받아가며 무리하게 운영, 잇속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S호텔 이탈리아 식당의 경우 성탄절부터 31일까지 일반 메뉴를 모두 철수시킨채 전채요리, 파스타, 소안심스테이크 등 5가지 코스로 이뤄진 「밀레니엄 특선메뉴」만을 판매하고 있다. 또 H호텔과 또다른 H호텔, G·R호텔도 31일 밤에 한해 중식당과 프랑스·이탈리아 식당에서 8∼10가지 코스로 구성된 단일 메뉴만을 판매할 예정이다.

대부분 호텔은 특히 이달 들어 연말 단체손님 등이 부쩍 늘어나자 뷔페식당의 영업시간을 오후 6시부터 8시, 8시부터 10시까지 두차례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한 호텔 관계자는 『투타임도 모자라서 스리타임을 해야할 지경』이라며 『성수기 때마다 많은 손님을 소화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관행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사 도중 쫓겨나와야 하는 고객들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C호텔 뷔페식당에서 가족 송년모임을 가졌던 서모(31·여)씨는 『모처럼 분위기 잡고 식사를 하려 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다음 손님을 위해 정리를 해야 한다며 쫓아내다시피해 몹시 기분이 상했다』며 『결혼식 피로연에 다녀온 느낌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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