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증시가 「주가 1,000 시대」를 자축하며 화려한 막을 내린 28일. 형형색색의 오색종이가 증권거래소 폐장식을 수놓은 가운데 졸지에 억대갑부 대열에 오른 사람들은 「샐러리 귀족」「빅5」「황제주」「정보통신 테마주」등등 한해 내내 증시를 달구었던 말들을 되살리며 유형 무형의 샴페인을 터뜨렸다.하지만 이들의 환호를 뒤로한 채 상대적 박탈감과 비애를 느끼며 객장과 증시뉴스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은 더욱 많았다. 무주식(無株式) 서민들의 상실감과 멋모르고 덤벼들었다 낭패를 본 개미군단들이 그들이다.
『요즘 주식시장을 보면 80년대 땅투기를 보는 것 같다』 『예전에는 집없는 설움이 가장 컸지만 요즘은 주식없는 설움이 더 크다』 『은행과 건설 등 보유주식의 주가가 절반 이상 떨어져 주가 1,000시대를 전혀 체감할 수 없다』 『주도주는 값이 너무 올라 수백만원을 갖고도 10주 사기가 힘들다. 증시폭발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유익부 무익빈」(有益富無益貧)이란 자조섞인 표현도 서슴지 않은 이들은 『합법적이고 건전한 기업자금 조달 창구라는 증시라는 것도 결국 있는 사람들의 배만 불리는 시장일 뿐』이라면서 씁쓸함을 달랬다.
물론 주식은 자기책임하에 하는 것이고 자신의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그러나 사회계층의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오늘날의 증시현상에 대해선 정부가 무조건 발을 뺄수는 없다. 서민들의 박탈감과 분배왜곡 현상, 투기장화 우려, 이에 따른 사회적 위화감 고조 등은 「주가 1,000 시대」를 맞아 정부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할 화두들이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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