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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여인'께 바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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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여인'께 바치는

입력
1999.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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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첫 오페라로 김자경오페라단이 베르디의 「춘희」(원제 「라 트라비아타」)를 올린다. 11월9일 82세로 세상을 떠난 한국 오페라의 대모 김자경을 추모하는 무대다. 새해 1월7일 오후 7시, 9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393_1244한국 오페라사에서 김자경을 뺄 수 없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오페라를 혼자 힘으로 일궜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오페라에 바친 한평생이었다. 김자경오페라단은 68년 창단 이래 매년 오페라를 올렸다. 「춘희」 는 특히 뜻깊은 작품이다. 1948년 한국 최초 오페라 「춘희」의 여주인공 비올레타였고 올해 8월 마지막으로 올렸던 작품도 「춘희」 였다.

「춘희」의 줄거리는 귀족 청년 알프레도와 고급창녀 비올레타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 망설임, 열정, 질투, 후회, 용서, 죽음의 화려하고 안타까운 드라마가 가슴 찡한 음악으로 옮겨졌다. 이 작품처럼 아름다운 선율이 많은 오페라가 또 있을까. 유명한 「축배의 노래」 를 비롯해 「아 그이였던가」 「파리를 떠나」 「지난 날이여 안녕」등 귀에 익은 노래가 많이 나온다.

출연자가 쟁쟁하다. 소프라노노 김영미, 테너 이영화, 바리톤 최종우 등이 나온다. 김영미는 국내 최고의 소프라노 중 한 명이고, 이영화는 지난해 스페인 가야레 국제콩쿠르에서 호세 카레라스 최고 테너상을 받고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이며, 최종우는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오텔로」 에서 깊고 어두운 음색의 이야고를 연기해 잊지 못할 인상을 남겼다. 관현악 반주는 함신익 지휘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출 김홍승.

이번 공연은 김자경오페라 기념관 건립기금을 모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서울 신촌동의 주인 잃은 그의 집을 고쳐 기념관을 꾸밀 계획이다. 그는 생전에 먹을 것 입을 것을 아껴가며 공연 악보 음반 등 오페라 자료를 모아놨다.

김자경오페라단은 현재 그가 맡았던 이사장 자리가 빈 채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오페라를 한다는 계획이지만, 김자경 없는 김자경오페단이 예전처럼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의 타계는 성악가가 직접 오페라를 만들어온 국내 오페라 제작 관행의 끝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기도 하다. 그만한 열정으로 오페라를 제작할 성악가는 더 이상 없다.

지난해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이 오페라 페스티벌을 연 것을 계기로, 이제 극장이 오페라를 만들고 필요한 성악가를 고르는 체제로 바뀌고 있다. 세종문화회관도 새해 오페라축제를 기획하고 있어 극장 중심 오페라 제작이 굳어질 전망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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