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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과감히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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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과감히 버리자

입력
1999.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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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흘이면 새로운 천년이다. 시간이 흐르면 해가 바뀌는 것이지만 올해 느끼는 감회는 예년과 같을 수 없다. 새로운 천년은 어떤 세상이 될까. 우리의 생활은 얼마나 더 풍요로워지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게 될 것인가. 새천년준비위원회와 국정홍보처가 새천년 표어로 선정한 「꿈을 이루는 세상_새천년의 한국」은 과연 우리 앞에 있는가.■미국 MIT대학 레스터 서로 교수는 새로운 천년으로 넘어가는 시기를 「평형 단절」의 시대라고 불렀다. 지금까지의 균형이 중단되면서 새로운 기회와 위협이 동시에 대두되는 시기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균형, 기회, 위협은 무엇인가. 일부에서는 「IMF 3년차 증후군」을 우려한다. 금융위기를 겪었던 국가들을 분석한 결과 IMF 3년차에 접어드는 내년에는 위기를 극복한 이후 발생하는 사회적 이완현상인 위기극복 증후군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노사갈등 심화, 계층간 양극화 확대, 경상수지 흑자기조 감소 등이 그것이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는 과거에 과격한 입장을 보였던 사람들이 오히려 맨먼저 기존 체제에 편입됐으며 오히려 온건한 개량주의적 입장을 보였던 사람들이 끝까지 변화를 추구했다고 말했다. 또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도 과격한 입장은 상류층 출신의 전용물이었고 중산층이나 노동자 계층은 온건하고 개량주의적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얼마전 독일의 주간지 차이트에 실린 대담기사에서 한 말이다.

■새 천년에는 IMF로 가장 피해를 봤던 중산층이 우선 살아나야 한다. 그라스와 부르디외의 말처럼 이들이 끝까지 변화를 추구할 중심 세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야 한다. 2년전 날벼락같은 IMF체제를 맞으면서 오히려 우리의 온갖 나쁜 점들을 고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던 그때를 겸허한 마음으로 되살려야 한다. 밀레니엄 마지막 날, 새 천년을 맞아 버리고 갈 것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래야 「꿈을 이루는 세상」이 된다. /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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