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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는 주막강아지… 전씨는 골목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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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는 주막강아지… 전씨는 골목강아지"

입력
1999.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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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은 말이 말을 만들고 그 말이 다시 말을 만들어 내는 언어의 윤회(輪廻)장이다. 말로 흥하고 말로 망하는 사람들이 정치인들이다. 바람잘 날 없었던 올해 정가의 말잔치는 어느 때보다도 화려하면서도 독하고 매웠다.◇여야 대립은 독설 시리즈를 낳고

한나라당의 대여공격은 연초부터 집요했다. 『현정부는 초보운전인 줄 알았는데 무면허운전이었고 지금은 음주운전까지 하고있다』(3월 김진재 의원), 『센터링도, 헤딩슛도 대통령이 하고 심지어 골키퍼까지도 대통령이 혼자 하려한다』(7월 이원복 의원), 『북한에는 일방적인 햇볕정책을 펴면서 국정파트너인 야당에 대해서는 햇볕은 커녕 달빛도 없다』(7월 이규택 의원)고 쏘아 붙였다. 세풍사건 노이로제는 『무슨 사골뼈도 아닌데 1년 내내 울궈 먹느냐』(8월 안택수 의원)는 항변으로 이어졌다.

김종필 총리는 야당의 단골 표적이었다. 『40대 기수론이 70대 기수론으로 바뀌었다. 노욕은 비아그라보다 더 무섭고 강하다』(7월 장광근 부대변인), 『표 좋아하는 사람이 표를 무서워하다니 표리부동하다. 표가 두렵거든 표표히 떠나라』(8월 심재철부대변인)고 JP를 겨눴다.

국민회의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야당의 장외투쟁을 『상습적 가출벽』(7월 이영일·李榮一대변인)으로 몰아붙였고, 잇딴 폭로에 대해선 『야당이 정부를 상대로 정치공작을 벌이는 건 처음 본다』(10월 조홍규 의원)고 꼬집었다. 언론문건 공세가 계속되자 『아무리 집권 경험이 없어도 베이징(北京)에서 쉬고있는 기자 아이디어로 언론정책을 펴겠느냐』(10월 이영일대변인)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야당이 신당 영입인사들을 문제삼자 『베르디도 조국을 위해 정치에 뛰어드는 열정을 가졌는데 정명훈씨가 신당발기인에 들어간 것이 무슨 문제냐』(9월 이영일대변인)고 반박했다. 김현미부대변인은 10월1일 『이회창총재는 3김청산을 하겠다며 소신있는 이씨들만 청산하고 있다』고 이미경·이수인의원에 대한 출당조치를 비난했다.

◇공동여당 맞아?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공조의 틀안에서 갈등과 견제를 주고받는 2중생활을 했다. 합당 결정이 계속 미뤄지자 국민회의 이만섭 대행은 『아무리 청혼해도 여자가 싫다고 하면 결혼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자민련에 서운함을 표시했다. 그러나 자민련 이긍규 총무는 『우리는 원래 따로국밥이었다. 따로국밥이 얼마나 맛있는데』라며 합당 무산을 당연시했다.

갈등은 자민련 내부에도 있었다. 김총리가 『정치는 타협이며 타협은 패배가 아니다』라고 내각제 유보를 합리화했으나, 김용환 의원은 『장수가 도망쳤으니 누가 성(내각제)을 지키겠느냐』며 「벤처신당」창당을 선언했다.

◇스캔들은 말 제조기

스캔들은 정치권의 입심좋은 이들에게 좋은 호재였다. 한나라당은 4월 고관

집 도둑사건이 터지자 『간첩은 어부가 잡고 사정은 도둑놈이 한다』고 비꼬았고, 임창렬경기지사 부인 주혜란씨의 수뢰사건을 겨냥해서는 『경기도 힐러리가 아니라 경기도 이멜다였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옷로비 사건과 관련해서는 『호피무늬 모피코트가 정권의 수의로 변하고 있다』(11월 이사철 대변인)고 경고했다. 한편 김대중 대통령은 이 사건과 관련, 6월에 『언론이 마녀사냥식으로 몰고가면 안된다』고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옷로비 청문회는 유행어의 산실이었다. 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씨는 『비올 때는 우산을 써라』는 명언을 남겼고, 그의 『미안합니다, 몸이 아파서』라는 어구는 한 개그맨에 의해 올해 최고의 유행어가 됐다. 고관부인 증인들의 『성경에 대고 맹세할 수 있다』는 얘기는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모욕이 됐다. 이밖에 진형구 전대검공안부장이 파업유도 청문회에서 한 『양주가 독해서 맥주를 타 마셨다』는 말은 두고두고 폭탄주 애호가들 입에 오르내렸다.

◇못말리는 전직대통령들

전직대통령들도 말잔치를 거들었다. 압권은 역시 김영삼전대통령. 『김대중씨는 독재자다. 현 정권의 독재정치는 스탈린 히틀러 같다. 요즘 상황이 4·19때와 똑같다』는 「독재자」시리즈를 만들어 냈다. 27일 청와대 전직대통령만찬 초청도 『독재자들이 모이는 자리엔 갈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를 받아 전두환 전대통령이 『전직대통령이 주막 강아지 식으로 시끄럽게 해서야』라고 혀를 차자, 상도동측은 전 전대통령의 골목성명을 빗대 『전두환은 골목강아지』라고 맞받았다. 노태우 전대통령도 『YS를 대권후보로 잘못 골랐다. 나는 색맹환자다』고 YS를 폄하했다. 국민회의 임채정 정책위의장은 이 모든 상황을 『퇴역병은 퇴역병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름답다』는 말로 정리했다.

◇미처 주워담지 못한 말들

정상천 해양수산부장관은 3월 장관취임직후 『생선반찬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해양수산부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해 주위를 어리둥절케 했다. 국민회의와 신당을 모두 챙기고 있는 이만섭총재대행은 『옛날에 본부인외에 딴 살림을 차리고 살았던 선배들은 바빠서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는 조크로 「두 집살림」의 어려움을 피력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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