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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원자력 발전으로 이룬 남북 화합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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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원자력 발전으로 이룬 남북 화합의 길

입력
1999.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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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경수로형 원자력발전소를 짓기 위한 공사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한전간에 주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본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이 사업은 4년전에 북한과 KEDO간에 경수로 공급협정이 체결되고 97년에는 초기 부지공사가 착공되어 이미 한전 관계자를 비롯한 시공단이 북한 현지에서 본 공사를 위한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주계약이 체결됨으로써 한전은 원전 건설의 전 과정을 맡아 완공을 책임지는 일괄도급방식으로 본 공사를 추진하게 된다. 공사가 끝나고 원전을 가동할 수 있도록 한 후 열쇠만 넘겨준다고 하여 이것을 턴키(turn-key) 방식이라고 하는데, 우리 나라가 과거에 기술이 없어 공사는 외국회사가 하고 가르쳐 주는대로 운전만 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더구나 북한에 들어서게 되는 원전은 한국표준형원전으로 울진 3, 4호기와 똑같이 설계된다. 원자력 발전소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고 각 나라의 기술력과 가동 여건에 따라 조금씩 설계가 다른데 우리 나라는 그동안의 운전경험과 안전성을 고려하여 한국인의 신체조건과 작업환경에 가장 알맞는 한국표준형원전(KSNP)을 개발하였다.

우리의 제의를 의도적으로 부정하는 것을 하나의 외교전략으로 삼고 있는 북한이 선뜻 한국표준형원전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이 원전의 우수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이라 하겠다.

대북 경수로사업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도록 유도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내림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구축한다는데 큰 뜻이 있다. 93년 핵비확산조약 탈퇴선언으로 촉발된 북한 핵문제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정세의 안정에 가장 큰 위협으로 작용해 왔으나 에너지난을 해결하기 위한 경수로 건설은 대결이 아닌 시혜를 통해 상호신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현 국민의 정부가 취하고 있는 햇볕정책과도 부합되는 것으로 앞으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기간에는 매일 1만여명에 달하는 남북 근로자가 경수로 건설부지에서 공동작업을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인적, 물적 교류가 뒤따를 것이며 필연적으로 북한의 개방화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

이밖에도 고용이 창출되고 물자 공급을 위한 내수가 증대되며 한국형 원전의 신뢰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음으로써 우리 원전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제3국에까지 수출할 수 있는 발판을 다져나가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결과인 원자력발전소가 한반도의 평화라는 결실을 현실로 이루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 IMF사태가 극복되면서 에너지 사용도 그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고 유가는 폭등하여 많은 외화가 지출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아직 갈 길이 먼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으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라는 입장에서나 경제 규모로 보아 이산화탄소의 감축 의무를 더 이상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대신 다소 여유있는 감축량을 할당받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을 활용하면 다른 산업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감축 의무량을 비교적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원자력발전이 화력발전을 대신함으로써 감축되는 이산화탄소 양을 배출권(의무감축량 초과 달성 또는 미달시 과·부족량만큼을 국가간에 사고 팔 수 있는 권리)으로 환산, 다른 나라에 팔거나 원자력발전을 하나의 청정기술로 인정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에너지는 곧 경제문제요 환경문제다. 원자력발전의 확대는 기술, 경제, 환경효과를 통해 에너지 안보, 경제성장, 환경보전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임이 분명하다.

김장곤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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