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회장은 운명하기 며칠 전까지 안양CC(지금의 안양베네스트CC)를 찾았다. 평소 「골프를 이해하면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된다」는 골프철학으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이론과 실기를 갖추고 골프를 즐긴 그는 골프세계를 누구보다 깊이 깨달은 사람일 것이다. 그는 보약 먹는 것보다 골프를 즐기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제일의 비결로 확신했다.50세가 넘어 골프채를 잡은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은 스코어에 신경쓰지 않고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때 핸디캡 80대를 유지하기도 한 정 명예회장은 노령에도 불구하고 가끔 휠체어를 탄채 골프장을 찾는다고 한다. 하프스윙으로 한두개의 티샷을 날리고 온그린 해서는 한번만 퍼팅하는 독특한 스타일이지만 골프를 즐기는 마음은 식지 않고 있다.
구자경(75) LG그룹 명예회장도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새로운 골프세계를 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동반자들에게 『취미와 건강을 위해 골프만한 것이 없다. 고희를 넘으니 비로소 골프의 묘미를 알 것같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이들이 한결같이 만년에 골프에 탐닉하는 것은 골프 자체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노인성 질환을 예방하는데 골프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잔디 위를 걸어가면서 자연을 감상하며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 자체가 건강에 좋다.
거기에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샷을 날리고, 해저드를 피해 안전한 공략법을 궁리하고, 설혹 볼이 해저드나 벙커에 빠져도 상심한 마음을 달래며 차선의 길을 택하고, 그린에서 복잡한 결을 읽어내는 것 등 골프장에서의 모든 행동은 아주 냉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요하는 것들이다. 이런 판단과 사고활동 자체가 바로 치매를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비결인 것이다.
지난 여름 캐나다에서 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 은퇴한 헨리 할아버지와 라운드하는 기회를 가졌었다. 은퇴후 그는 1주일에 두세번 라운드하며 라운드하지 않을 때도 골프클럽에서 연습볼을 때리거나 친구들과 담소하는 것으로 소일했다.
그의 부인은 헨리만큼 골프광은 아니었지만 1주일에 한번정도 함께 라운드했다. 그 부인이 내 귀에 속삭였다.
『헨리가 골프장에서 살다시피해도 가만 놔두는 이유를 알겠소? 알츠하이머에 걸려 요양원에 가는 걸 원치 않기때문이지. 골프장에 가면 깊이 생각하지 않고는 못배기잖아. 그러면 헨리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아내를 몰라보고 딴짓 하는 일은 걱정안해도 되지』
로널드 레이건이나 무하마드 알리가 조지 부시나 마이클 조던처럼 골프에 심취했더라면 어땠을까.
편집국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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