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주제] 1월8일자
(문제) 새로운 「밀레니엄」(천년)이 시작되고 있다. 모두들 이 새로운 시작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다가올 미래의 문화에 대해 희망찬 기대를 걸기도 하고 또 심각한 우려를 갖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문화는 무엇보다도 「인공지능」(컴퓨터)과 「다매체 정보통신」(멀티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에 의해 심대한 영향을 받으리라고 예측한다. 사실 우리는 이미 부분적으로나마 이를 경험하기 시작하였다. 아래의 글을 생각의 실마리로 삼아, 인쇄기술을 기초로 하는 「도서문화」에 비교해 볼 때 인공지능과 다매체 정보통신기술을 기초로 하는 이른바 「정보문화」는 어떤 특성들을 갖는지 간단히 열거하고, 그 중 가장 핵심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이 「정보문화」의 앞 날에 대해 긍정적 혹은 부정적 전망을 시도해 보시오.
(제시문) 개인과 사회의 문화와 삶 전체는 그 시대에 존재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양식에 의해 규정된다. 커뮤니케이션은 인간과 사회의 성장과 발달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핵심요소이고 인간존재의 기본요건이다. 이런 뜻에서 인류의 문명사는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발달사에 다름아니라 할 수 있다. (추광영, 『커뮤니케이션 혁명과 미래문화』중에서)
미래문화는 공간의 장벽으로부터 자유로운 열린 문화다. 뿐만 아니라 영역의 장벽으로부터 자유로운 열린 문화다. …지금까지 공간과 영역은 정보의 유통을 차단하는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그리하여 공간의 구획과 영역의 구획은 문화의 벽을 형성했다. …문화의 국지성(局地性)은 바로 이런 구획의 산물이다. 다매체 정보통신 기술은 공간과 영역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리하여 정보유통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넓은 공간이 형성되었다. 이 자유의 공간이 바로 미래문화의 공간이다. (이명현, 『미래문화와 新文法』중에서)
[논술주제] 1월15일자
(문제) 다음에서 제시된 인용문을 읽고, 진정한 전통을 성공적으로 계승하는 방법을 개인의 재능과 관계지워 논술하라.
(인용문) 전통의 유일한 형식, 즉 전달의 유일한 형식이 바로 앞선 세대가 남긴 성과를 맹목적으로 혹은 고식적(姑息的)으로 고수하여 앞 세대의 방법을 추종하는데 있다면, 전통은 적극적으로 저지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조류들이 모래 속에 파묻히는 것을 수 없이 보았다. 그렇다면 신기한 것이 반복보다 낫다. 전통이란 보다 훨신 넓은 의미의 의의를 가진 것이다. 전통은 계승될 수는 없다. 그것을 원한다면 비상한 노력으로써 획득하여야 한다.
전통은 첫째로 역사적 의의를 포함하는데, 그것은 누구나 25세가 지나서도 시인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거의 필요불가결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역사적 의식은 과거의 과거성 뿐만 아니라 과거의 현재성에 대한 의식도 내포하는 것인데, 이는 작가로 하여금 자기의 세대를 깊이 의식함과 동시에 『호메로스』 이래의 유럽문학 전체와 그 속에 든 자국(自國)의 문학 전체가 동시적으로 존재하며 동시적인 질서를 구성하고 있다는 감정을 가지고 쓰게 한다. 이 역사적 의식은 일시적인 의식이자 또한 항구적인 것의 의식이며, 동시에 이 양자를 합한 의식이기도 한데, 이것이 작가를 전통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또한 작가로 하여금 시대에 있어서의 자기의 위치, 자기의 현대성을 가장 날카롭게 의식케 한다. (T. S. 엘리엇, 『전통과 개인적 재능』중에서)
입선자 명단(8명)
포항고= 이경우 중대부고= 권해숙 백암고= 김 현 박정은 이은정 김소래 신은정 박경민
★1월1일자엔 신년특집 지면관계로 「논술고사의 실제」쉽니다.
원고마감은 매주 월요일. 우편: 110-792 서울 종로구 중학동 14 한국일보 사회부 논술담당자앞 전화: (02)724-2313-8 팩스: (02)739-0266
■[논술고사의 실제] 최우수 정연경
프랑스인의 불어사랑 정신은 독특하다. 불어 문화권민의 모임을 갖자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공적인 자리에서 프랑스인이 불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정부로부터 처벌을 받았다. 덕분에 세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가면서도 자기 나라 말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프랑스인이 얄미우면서도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왜 우리말과 글은 소중한 것일까? 말과 글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선 우선 그들의 특징을 알아아 한다. 먼저 말과 글은 역사의 대변인이다. 나라마다 독특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그 역사를 표현하는 것이 말과 글인 것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그 나라의 언어는 그 나라 역사에 따라 생성되고 소멸된다고 할 수 있다. 바느질은 우리 나라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고유의 민족문화이다. 그래서 옛말에 「바느질 3년에 삭신이 내려앉는다」라는 말도 있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이런 말은 커녕 바느질에 대한 옛말도 찾기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서양의 여러나라에서 바느질은 그들 역사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는 그 나라의 고유성과 자주성을 나타낸다. 그만큼 역사를 표현하는 우리의 말과 글은 소중한 것이다.
반면 우리의 말과 글은 단순히 역사를 전달하는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 그 자체를 상징한다. 김만중의 『서포만필』에서 그는 「사람의 마음이 입으로 표현된 것이 말」이라 했다. 즉 우리의 말과 글은 우리의 정신을 의미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입으로 표현하면 말이 되고 손으로 표현하면 글이 되는 것이다. 김만중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의 한문학을 사용한는 것을 보고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흉내낸 것」이라 비판한 바 있다. 앵무새는 그저 말을 따라할 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자신의 생각을 글로 만들 노력은 하지 않고 그저 남의 글을 따라하여 자신의 생각을 그것에 맞추려하는 당시 사대부는 앵무새와 다름없는 셈이다. 이처럼 우리의 말과 글은 우리의 정신을 내포한다.
말과 글은 어느 한 사람에 의해서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하나씩 조심스럽게 만들고 변화시켜 오늘날의 말과 글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또 그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의 말과 글을 아끼는 것, 역사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자 우리 스스로의 자부심이다.
■[논술고사의 실제] 우수1 김윤주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는 생각하는 능력과 언어이다. 의사소통을 하는 동물들이 꽤 많지만 그들의 의사소통 수단은 언어가 아니라 소리이다. 우리민족은 특히 우리말 우리글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밖에 없다. 일제 시대 때 억지로 우리말을 사용할 수 없게 억압받아야 했고 또 다른민족보다 힘든 역사를 겪는 과정에서 이들의 의미가 더 커진 것이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우리말을 「암클」이라 부르며 천한 것으로 여겼다. 그들은 중국 말을 배웠고, 한문학을 했다. 이에 대해 김만중은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흉내낸 것」이라 비판하였다. 우리말, 우리글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 세기동안 거듭 계승되고 실정에 맞게 재창조된 것이다. 다른 나라 말도 이와 크게 다를 리가 없다. 그런데 당시 사대부들은 문화 사대주의적으로 무조건 중국의 것을 높게 여기고 칭송하였던 것이다. 문화적, 역사적경험이 다른 이들이 말, 글 속에 담긴 정신까지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중국의 것을 무조건 칭송하고 따르며 한문학을 주로 했던 사대부들은 단지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것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수식어구가 길고 의성어 의태어가 발달한 우리말은 정서 표현이 주를 이루는 우리 문학을 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목숨마저 위태롭던 시기에도 우리말 우리글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학자들이 여럿 있었다. 지금의 우리들은 이러한 것을 잊고 있는 것 같다. 국제화 시대라 하여 다른 나라 말을 배우느라 급급할 것이 아니라 먼저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고 보호해야 한다. 아무리 세계화, 국제화 시대가 되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우리말, 우리글을 발전시키고 아껴 온 선조들의 정신이며, 우리는 이를 본받아 더 나은 것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논술 강평] 김영민 연세대교수
논술은 내용, 구성, 표현의 세 가지 영역으로 이루어진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내용의 영역이며 다음이 구성과 표현의 영역이다. 논술 준비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내용의 영역 때문이다. 내용의 영역을 준비하는 과정은 일종의 종합적 지식을 쌓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직·간접적인 삶의 체험을 통해 다져진다.
구성의 영역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영역이다. 구성은 재료 배열의 방식을 말한다. 같은 내용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열하는가 하는 것이 곧 구성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어떤 방식의 배열이 가장 좋은가 하는 문제는 간단하게 답하기 어렵다. 주제와 소재에 따라, 글의 분량에 따라, 글의 독자에 따라 그것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편의상 조금 단순화시켜 말한다면, 특히 입시 논술에서는 주제문을 각 문단의 앞에 놓는 것이 좋다. 주제문이 앞에 있는 글이, 그렇지 않은 글보다 독자의 주의를 끌기가 쉽기 때문이다. 물론, 필요에 따라서는 미괄식으로 구성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제문을 문단의 가운데에 배치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 이른바 중괄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학생들이 제출한 답안을 읽다 보면, 내용도 좋고 표현력도 좋으나 구성을 무시한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이번주에도, 심지어 문단을 전혀 나누지 않고 쓴 답안을 볼 수 있었다. 문단 나누기와 주제문 적절히 배치하기는, 읽는 사람의 주의를 환기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꼭 필요한 작업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번주 논제는 『우리말, 우리글의 소중함』이다. 조선시대 문장가 김만중은 당시 사대부들의 한문학에 대해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흉내낸 것」이라 비판했다. 이는 우리 나라 문학 작품은 우리 나라 말로 써야 한다는 주장을 비유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우리말로 작품을 쓸 때에만, 거기에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가 생생히 담길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김만중은 이런 주장을 한 것이다.
이번주 최우수작으로는 정연경(동경 세이센국제학교)의 글을, 우수작으로는 김윤주(백암고)와 김민수(백암고)의 글을 뽑는다. 정연경의 글은 논지가 선명하다. 이 글의 논지가 선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선 문장과 구성에 있다. 이 글은 의미가 선명한 간결한 문장들로 이루어졌다. 아울러 단락 나누기가 잘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각 단락의 주제문 배열도 처음이나 마지막, 혹은 처음과 마지막의 중복 배치를 통해 확실한 의사 전달에 성공하고 있다. 프랑스 사람들의 모국어 사용에 대한 예화도 적절했지만, 바느질과 관련한 옛말을 소재로 활용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특히 바느질 예화는 글쓴이의 개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도 매우 성공적이다.
김윤주의 글 역시 비교적 간결한 문장으로 논지를 잘 이끌어가고 있다. 글쓴이의 생각을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누구나 쉽게 수긍할 수 있는 결론으로 설득력있게 이끌어 간 것도 이 글의 장점이다. 단, 마지막 문단의 마지막 문장은 둘로 나누는 것이 훨씬 좋다. 즉, 「…선조들의 정신이다」로 한 번 끊어주어야 한다. 김민수의 글도 논제에 충실하고, 논지 전개 과정이 자연스럽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단락을 너무 자주 나눈 것이 흠이다. 첫문단 첫문장도 너무 평범하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굳이 글의 서두에 놓을 필요는 없다. 자칫하면 진부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민 金榮敏(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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