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전주에 갔다가 그곳의 고위 성직자에게서 뜻밖의 산타클로스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 뜻밖이라는 것은 산타클로스 화제 자체가 그 하나이고, 산타클로스 화제를 끄집어내게 된 방법에 관한 것이 또 하나다.『신문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설의 하나로 꼽히는게 있죠? 그, 산타클로스 사설!』
그분은 이렇게 얘기를 시작했다. 웬만한 신문학 관련 책들에 나오는 거라지만, 사설 보고 쓰는 일이 직업이고 생활인 필자도 과문으로 솔직히 처음 접하는 내용이다.
얘기인 즉 그 유명한 사설은 1897년 크리스마스에 「뉴욕 선」이라는 신문에 처음 실린 것이다. 제목은 「버지니아야, 산타클로스는 정말 있단다」. 그런데 이 사설이 유명한 까닭은, 그 내용에 있다기 보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때면 어김없이 이 신문에 되풀이해서 실렸기 때문이다. 1949년 경영난으로 이 신문이 폐간돼 사라지기까지, 반세기 넘도록 꼬박꼬박 성탄사설로 게재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유명사설을 들어서만 알고 있던 이 고위성직자는, 마침 최근에 재미붙인 인터넷 실력을 발휘해서 간단한 검색으로 원문을 찾아 읽게 되었고,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생각이 들어 손수 우리말로 옮겨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얘기였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교류와 접근이 그런 일에 결코 가까울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시골 도시의 성직자에게까지 생활화_일반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점이다. 그야말로 정보시대다.
어차피 산타클로스 사설 이야기를 더 한다면, 이 사설이 나오게 된 연유는 한 소녀의 편지로 비롯됐다고 한다.
이 편지를 받아든 「뉴욕 선」지의 프랜시스 처치 논설위원은 답장형식으로 「산타클로스는 정말 있단다」를 쓰게 된다. 처치는 뉴욕타임스에서 남북전쟁을 취재했던 베테랑 기자였다.
사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지닌 이 세상 좁고 작은 마음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절절하게 설명해 나간 명문장은
로 끝맺는다.
산타클로스 얘기가 장황한 것은 물론 오늘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눈쌓인 침엽수림에서 썰매타고 달려나오는 크리스마스 전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산타클로스는 비록 눈에 띄지는 않는다 해도 「거짓」은 아니라는 메시지가 중요하다.
한 해의 끝과, 한 세기의 끝과, 한 천년의 끝이 겹친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공교롭게도 「거짓말」이 화두가 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김수환추기경은 한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는 온통 거짓이 몸에 밴 것 같다』고 탄식하면서 우리 민족이 반드시 지니고 키워나가야 할 덕목으로 정직, 검소, 이웃사랑 세가지를 꼽았다. 그중에서도 그는 『우리 민족이 살아남으려면 경제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정직이다』라고까지 강조했다.
정진석 대주교의 성탄메시지도 정신적 가치의 소중함을 잃어버린 우리 사회의 거짓을 아파하면서 『밤에도 깨어 양들을 지키다 아기예수님을 만난 평범한 목동들처럼 정직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일찍이 김 구선생은 「문화국가에의 희원」을 말하고 함석헌선생은 「생각하는 백성」을 외쳤는데, 오늘 이 땅의 키워드는 단연 「정직한 백성이라야 산다」가 아닌가 한다.
거짓말잔치로 흥청대는 오늘 우리 국토의 구석구석에 「진짜 산타클로스」가 나타나 「정직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사회 소외집단 모두를 위로해 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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